이미지 크게보기‘쉽지 않네…’ 문재인(왼쪽)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가 20일 오전 서울 63빌딩에서 한국방송기자클럽 주최로 열린 대선 후보 초청토론회에 참석, 답변 도중 물을 마시고 있다. 심만수 기자 panfocus@munhwa.com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와 안철수 무소속 대선 후보 간 단일화 협상이 재개됐지만, 양측이 여론조사 외에 ‘+α’로 거론된 공론조사의 대상자 선정방식을 놓고 정면충돌했다. “문 측이 단일화 방식을 위임하겠다고 해놓고 막상 천박한 이유로 공론조사를 거부했다”(안 후보 측), “불가능한 안을 내놓고 받으라 하니 피가 거꾸로 솟는다”(문 후보 측) 등으로 서로를 거세게 공박하는 감정싸움 양상까지 내보이는 형국이다.

문 후보 측은 20일 “안 후보 측에서 도저히 수용 불가능한 안을 내놓고, 마치 문 후보가 ‘방식 일임’ 약속을 어긴 것처럼 언론 플레이를 했다”며 전날의 협상 세부 내용까지 공개하면서 안 후보 측의 사과와 재발방지 대책을 요구했다. 문 후보 측은 “이런 제안을 하기 위해 안 후보가 민주당 비주류 의원들에게 전화를 하며 사전 작업을 한 것 아니냐”고 강하게 반발했다.

이에 대해 안 후보 측은 “공론조사 샘플 구성방식에 대해 ‘당내 배신자가 많아 안 된다’는 천박한 이유를 대며 거부했다”며 “문재인은 말과 행동이 다르다”고 극언을 서슴지 않았다. 이처럼 양측 사이에 극한 대립이 벌어짐에 따라, 이날 중 극적 타협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결국 여론조사 단일화로 결론 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분석이다.

문 후보 선거대책위원회 우상호 공보단장은 이날 오전 브리핑에서 “어제 협상내용 일부가 왜곡되게 언론에 알려진 점에 대해 강력히 항의한다”며 “문 후보의 이미지를 흠집 내려는 의도라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우 단장은 “안 후보 측이 공론조사에 대해 민주당 중앙대의원 1만4000명과 안 후보 측 후원자 중에서 추출된 1만4000명씩을 대상으로, 3000명씩 응답할 때까지 조사해 결과를 합산하자고 했다”며 “자신들은 안 후보를 적극 지지하는 후원자 중에서 뽑고, 민주당은 다양하게 구성돼 있는 대의원을 대상으로 한다는 것이 정상적 구성이냐”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안 후보 측은 비문(文) 성향 의원의 보좌관인 민주당 대의원에게 “문이셔요, 안이셔요? 안이시면 혹시 모를 경선을 대비해 선거인단 할 의향이 있으신지”라는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내는 등 공론조사에 포함된 대의원 흔들기에도 나선 것으로 확인됐다.

협상팀의 김기식 의원은 트위터에 “그런 내용을 갖고 와서 받으라고 하니 피가 거꾸로 솟는다”고 올렸다.

이에 안 후보 측 유민영 대변인은 브리핑과 불교방송 라디오 인터뷰를 통해 “실무팀 상황을 보니 문 후보가 말한 양보나 일임은 없었던 것으로 확인된다”며 “문 후보의 말은 인용되지 않았고, 각자 서로의 생각을 말했다는 점에서 통 큰 양보 없이 원점에서 논의가 진행됐다”고 반박했다. 안 후보 측 핵심 관계자는 “공론조사는 문 후보도 말한 적 있는데, 그것도 못하겠다면 양보가 아니라 자기들 입맛에 맞는 것만 하겠다는 것”이라며 “정치를 그렇게 뻔뻔하게 해도 되느냐”고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김성훈·김만용 기자 tarant@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