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 후보 단일화 국면에서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와 안철수 무소속 대선 후보 간의 불통(不通)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제대로 된 소통은커녕 두 후보가 한자리에서 나눈 얘기, 공동으로 발표한 선언문을 놓고도 서로 다른 해석이 나오고 있다. 대선에 미칠 악영향을 우려, 당장은 양측이 자제하고 있지만 감정의 골은 더욱 깊게 파이고 있다. 이 같은 불통과 그에 따른 신뢰의 위기, 감정 악화는 결국 단일화 효과를 반감시킬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후보 단일화 이후에도 야권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문·안 후보 간 불통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는 지난 18일 오후에 있었던 두 후보의 2차 단독 회담이었다. 이날 회담은 4일간의 협상 파행을 접기 위해 마련된 의미심장한 자리였지만 준비 과정부터 회담 진행, 회담 결과에 대한 해석 등에 이르기까지 양측의 생각은 철저히 불일치했다. 안 후보 측은 이날 회담을 두 후보가 만나 모든 쟁점을 허심탄회하게 논의하고 타결 짓는 자리로 생각하고 있었지만, 실제 결과는 달랐다. 회담에 앞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단일화 방식을 안 후보에게 일임하겠다”고 밝혔던 문 후보가 “자세한 것은 실무 협의에서 논의하자”고 제안한 것이다. 두 후보의 회담은 단일화 룰에 대한 어떤 합의도 없이 25분 만에 끝났고 안 후보 측은 황당하다는 반응을 내놨다. 안 후보 측 관계자는 20일 문화일보와의 전화 통화에서 “18일 회담에서 단일화 방식이 결정되는 줄 알았는데 ‘도로 실무 협상’으로 넘겨졌다”며 “문 후보가 뭘 일임하겠다는 건지 이해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후보들의 회담이 시작될 때 문 후보 측에서 ‘40분 정도면 끝날 것’이라고 기자들에게 귀띔했는데, 이건 애초에 문 후보가 자기 얘기만 하겠다는 생각으로 회담에 나왔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단독 회담의 성격에서부터 엇나간 양측의 생각은 회담 결과 해석을 놓고 점점 더 멀어져갔다. 두 후보가 합의했다고 발표한 ‘새정치 공동선언’ 내용 중 국회의원 정수 조정의 정확한 의미를 놓고 양측은 전혀 다른 해석을 내놨다. 안 후보 측은 이를 “국회의원 정수 축소에 합의한 것”이라고 설명한 반면, 문 후보 측에선 “정수 ‘축소’가 아니라 문구 그대로 ‘조정’”이라고 반박했다.

문 후보의 ‘단일화 방식 일임’ 약속을 놓고도 양측의 해석이 엇갈렸다. 안 후보 측은 문 후보가 단일화 방식 결정을 완전히 자신들에게 맡긴 것으로 이해하고 19일 ‘여론조사 + 공론조사’ 카드를 내밀었으나 문 후보 측으로부터 거부당했다. 안 후보 측은 “일임하겠다더니 왜 약속을 안 지키느냐”고 따지는 반면, 문 후보 측은 “단일화 방식 자체를 거부한 게 아니라, 안 후보 측이 디테일(세부 사항)에서 민주당에 절대적으로 불리한 내용을 얹어 가지고 온 것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 것”이라고 맞섰다.

오남석·김병채 기자 greente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