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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스한 마음을 담은 기부도 받는 쪽의 눈높이에 맞춰 주세요.’

사회복지 시설 등에 맞춤형 기부가 활성화되며 기부를 받는 시설은 물론 기부자와 후원자의 만족도가 높아지고 있다.

19일 서울시장애인복지시설협회(시설협회) 등에 따르면 최근 2∼3년 사이 기업과 단체 등은 기존 특정 물품을 전달하거나 행사를 개최하는 형태의 기부가 아닌 해당 복지시설에서 필요로한 ‘맞춤형’ 기부·후원을 실행하고 있다. 과거에는 일부 기업체에서 불필요한 자사 생산 물품을 떠안기거나 복지시설이 원하지 않는 물품을 전달하는 행태가 종종 발생했다.

일례로 모 회사는 막연히 겨울철이라는 점 때문에 아동복지시설에 패딩 점퍼를 무작정 전달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이 시설에 가장 필요한 것은 패딩이 아닌 난방비나 다음 학기에 아이들이 준비해야 할 교복이었다는 게 시설협회 관계자의 전언. 이 같은 ‘묻지마’ 기부는 복지시설 입장에서도 거부하기조차 난감해 울며 겨자 먹기로 받는 경우가 빈번하게 발생하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서울지역 복지시설에는 기업들이 복지시설이 원하는 물품이나 서비스를 맞춤형으로 제공하고 있다. 화학기업체인 K사는 2년 전부터 자사에서 생산되는 전동휠체어용 보호장비를 장애인복지시설에 전달하고 있다. 전동휠체어를 자주 사용하는 이 시설 입장에선 장비를 구입하기가 매우 부담스럽다는 점에 착안해 K사는 자사에서 생산하는 부품 1억5000만 원 규모를 기부물품으로 전달키로 했다.

장애인시설에 매년 기부를 하고 있는 H건설사는 기부를 물품전달에서 도서관 건립으로 전환했다. 한 장애인시설의 요구로 3년 전부터 도서관을 짓기 시작한 H사는 자사의 건설서비스를 연간 1억 원 규모로 제공하고 있다. 당초 이 회사의 기부 규모는 7000만∼8000만 원이었으나 자사의 서비스로 ‘맞춤형’ 기부를 하다 보니 기부 규모가 오히려 늘어나는 효과까지 보게 됐다.

시설협회 관계자는 “맞춤형 기부로 인해 기부를 받는 시설의 만족도는 물론이고 기부하는 기업이나 단체 역시 기부 규모 이상의 효과와 만족을 얻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관계자는 “최근 수혜자의 다양한 욕구와 기부자의 기부의지가 접점을 찾기 쉽지 않은 것은 사실”이라며 “이런 현실이 일반사람들에게 ‘복지시설이 배부른 소리를 하고 있다’는 인상을 줄까 우려된다”고 전하기도 했다.

박정민 기자 bohe00@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