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은 여야 대선 후보들의 지역 공약에 대해 “예산과 효율성이 뒷받침 되지 않는 무책임한 약속들”이라고 평가했다. 후보들의 설익은 지역 국책 사업 공약 남발이 대선 이후 정치적 갈등을 유발하고 국토의 균형 발전을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도 깊었다.

이정희 한국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대선 후보들이 내놓은 지역개발 공약에 대해 “공약이라고 부를 자격이 있나 싶을 정도로 부실한 약속들”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세 후보 모두 구체성이 떨어지고 아이디어 수준 정도의 정책들을 이야기한다”면서 “중앙 정책마저도 상당히 고민하고 토의한 과정이 부족해 보이는데 상대적으로 지역 개발 공약은 더 심하다”고 말했다. 후보들의 지역공약에 대해 ‘99.9% 헛공약’이라고 평가한 이광재 한국매니페스토운동본부 사무총장은 “지역종합계획 즉 5+2 등과 같은 지역 비전이 없는 상황에서 선물하듯 제시하는 국책사업 약속은 무책임의 극치”라고 지적했다.

이처럼 대선 후보들이 경제적 효율성과 예산 뒷받침이 불가능한 공약을 남발하는 이유에 대해 전문가들은 시간부족과 지역유권자를 공략하기 위한 현실적인 이유를 꼽았다. 양승함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번 대선이 정책 준비도 검증도 할 시간이 부족한 선거”라면서 “지역 정책뿐만 아니라 중앙 정책들도 오락가락한 모습을 보인다”고 말했다. 현진권 한국경제연구원 사회통합센터 소장은 “지역 유권자들의 환심을 사려면 제일 좋아하는 강도 높은 이야기를 해야 하기 때문에 지역민들이 들으면 솔깃한 이야기를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하지만 남발하는 지역공약으로 장기적으로는 국가 전체의 균형과 발전이 깨어진다는 점을 유권자들도 시간이 지나면서 학습하고 있다”면서 “성숙된 민주주의로 가기 위한 과정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포퓰리즘성 지역개발 공약이 남발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전문가들의 검토와 공약 이행 평가가 이뤄져야 한다고 조언한다. 국회의원과 재정경제부 장관을 지낸 강봉균 건전재정포럼 대표는 “정책을 만들기까지 깊이 고민하고 그 정책에 대해서 전문가와 지역 주민들이 함께 숙고하고 토의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면서 “장기적으로 관련 전문가 집단, 지역 전문가들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정경 기자 verit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