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는 사람 이름이나 호를 딴 대회가 몇 개 있습니다. 농구의 이상백배, 배구의 박계조배, 그리고 테니스에는 나란히 협회장을 역임한 바 있는 고 홍문종, 민관식 씨가 생전에 창설한 장호배와 소강배가 있습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을 지낸 이상백 씨는 일본 와세다대 사회철학과 졸업 후 ‘진단학회’ 창립과 서울대 사회학과 창설을 주도한 한국 사회사 연구의 선구자입니다. 와세다제일고등학원 재학시절 농구선수로 활약했던 그는 평생을 체육 이론가와 행정가로도 활약했습니다. 그의 사후 ‘이상백배 한·일대학농구대회’가 창설돼 올해로 35회째 대회가 열렸습니다.

박계조 씨는 경성제일고보(경기고 전신)에서 배구를 했고, 와세다대 재학 중이던 1940년에는 일본 대표가 됐습니다. 광복 후 6인제 배구를 국내에 소개하고 팀 창설을 주도한 그는 대한배구협회 이사장을 지내던 1955년 37세로 요절했습니다. 배구협회는 1962년 그의 업적을 기리는 ‘故 박계조배 전국남녀배구대회’를 창설합니다. 이 대회는 6인제 대회였는데 1990년대 들어서는 9인제 배구연맹이 인수해 개최하고 있습니다.

‘장호배 주니어테니스대회’는 올해로 56회째 열리고 있는 유서 깊은 대회입니다. 테니스협회를 이끌었던 홍종문 씨가 생전에 창설했고 그가 타계한 후에는 아들인 홍순모 협회 고문이 선고장의 유지를 받들고 있습니다. ‘소강배 중·고테니스대회’는 문교부 장관을 지낸 민관식 씨가 창설했습니다. ‘한국 스포츠 근대화의 아버지’로 평가받는 그는 ‘테니스 장관’으로 불릴 정도로 테니스 애호가였는데 1973년 이 대회를 창설했습니다. 2006년 그가 타계한 후에는 ‘소강 민관식육성재단’이 주관해 올해 40회 대회가 열렸습니다.

지방 대회라 널리 알려지진 않았지만 이번 주말 올해로 44회째를 치르는 ‘청호배 배구대회’도 있습니다. 청호는 국내 최초의 국제배구연맹(FIVB) 공인심판이자 현재 대한배구협회 부회장, 대학배구연맹 회장을 맡고 있는 조영호(64) 한양대 교수의 호입니다. 조 회장은 한양대 체육대 학생회장이던 1968년, 고향인 전남 벌교에서 제1회 청호배를 개최합니다. 처음에는 다들 대학 3년생의 치기로 봤지만 이 대회는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이어지고 있고, 작은 읍인 벌교를 배구 명문으로 변모시키는 계기가 됩니다. 1997년 이 대회를 참관하던 오영대 당시 전남교육감이 벌교상고(현 벌교제일고)에 배구팀 창단을 지시했고 벌교상고는 고교 배구 명문으로 성장했으니까요.

조 회장은 올해 정년입니다만, 최근에는 보성군과 전남도가 대회 후원을 하고 있고, 후배들이 진행을 도맡고 있어 앞으로도 이 대회는 쭉 이어질 것이라고 합니다.

이런 대회들이 100년 이상 지속된다면 우리 스포츠의 뿌리도 더욱 굳건해질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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