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한·일(韓日) 통화스와프를 외교 무기로 삼겠다는 속셈을 노골화하고 있다. 양국은 1997년 외환위기와 2000년 치앙마이 이니셔티브(CMI)를 계기로 통화교환협정을 체결해 스와프 규모를 꾸준히 늘려왔으며, 지난해 10월 700억 달러로 확대하면서 기한을 1년으로 잡았었다. 오는 31일까지 연장에 합의하지 않으면 130 억 달러 수준으로 돌아가게 된다. 일본 NHK방송은 3일 “통화스와프는 한국의 요청이 있었기에 검토했던 사안이다. 하지만 현 시점에서 한국으로부터 (연장 여부에 관한) 타진이 없다”는 재무성 관리의 발언을 보도했다. 한국 측이 고개를 숙이고 들어오라는 메시지다.

통화스와프는 글로벌 경제 악재에 쉽게 노출되는 한국경제에 비상수단의 역할을 한다. 미국과 300억 달러, 중국과 3600억 위안 규모의 스와프 장치를 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러나 스와프는 일방에만 유리한 것이 아니다. 한·일 통화스와프는 일본에도 엔화 절상 압력을 완화하고, 엔화의 국제화에 도움을 줄 수 있다.

정부는 금융시장과 외교 관계 등을 검토한 뒤 최종 입장을 정한다는 방침이나 현재로서는 굳이 통화스와프에 매달릴 필요가 없다. 중단된다 해도 금융시장에는 별다른 충격을 주지 않는다는 분석이 대부분이다. 경상수지 흑자가 지속되고 있으며, 외환보유액은 3000억 달러를 넘어선다. 최근에는 국가신용등급까지 상향 조정되는 추세다. 또 하나의 카드는 한국은행이 지난달 제안한 한·중 통화스와프의 상설화다. 물론 중국의 금융 패권을 키워 3국 간 균형추가 무너질 우려가 있으나 이는 일본에도 악재일 수밖에 없다. 게다가 일본은 이번에 속내까지 드러냈다. 재연장된다 하더라도 일본의 ‘경제의 외교무기화(化)’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외환위기 당시 세계 최대 외환보유국이던 일본은 한국의 지원요청을 매섭게 뿌리친 적도 있다.

원화 건전성은 결코 통화스와프로 보장되지 않는다. 실물경제와 금융 시스템 그리고 재정 운용의 튼튼한 하부구조에 의해서만 가능하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