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적 성향이 두드러진 ‘안철수의 생각’ 출간→보수 성향의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 영입→진보 성향의 재벌 저격수 장하성 교수 중용.

안철수 무소속 대선 후보의 행보가 좌우를 극단적으로 왔다갔다 하고 있다. 물론 안 후보는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 묘역까지 참배하며 ‘통합’의 메시지를 던졌고, 중도적 이미지를 가진 후보란 점에서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나 문재인 민주통합당(민주당) 후보에 비해 운신의 폭이 넓은 편이기는 하다.

그럼에도 때론 민주당보다 더 급진적인 정책 방향을 제시했다가, 급격히 우클릭을 한 뒤 얼마 안 있어 다시 핸들을 완전히 반대 방향으로 꺾는 등 갈지자 행보를 하고 있다. 안 후보 진영 내부에서조차 국민들에게 ‘왔다리갔다리’ 혹은 ‘우왕좌왕’ 행보로 보이는 것에 대해 깊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안 후보의 저서 ‘안철수의 생각’에 나타난 정책기조는 민주당 정책과 거의 유사하지만, 경제민주화 등에 있어서는 민주당보다 더 왼쪽에 위치한 경우도 적지 않다. ‘삼성 동물원’ ‘LG 동물원’이란 표현은 대기업에 대한 안 후보의 인식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재벌개혁과 관련해 ‘지나친 주주 중심주의에서 이해관계자 중심주의로의 전환이 이뤄져야 한다’라든가 ‘각국 기업들이 주주 중심주의라는 고립된 개념 아래 사회성과 공익성에 대한 인식의 희박해졌다’고 주장한 것 등은 그 어느 후보 측보다 훨씬 좌클릭한 내용들이다. 이밖에 기업집단법 제정 필요성을 강조한 점, 기업범죄·탈세 등에 대한 가석방 없는 처벌을 주장한 점, 복지 재원 마련을 위해 보편적 증세론을 편 것 등도 대선 후보들 가운데 가장 급진적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안 후보는 정작 출마선언 때는 ‘경제민주화·복지와 성장동력의 두 바퀴 혁신경제론’으로 중도적 지향성을 거론했다. 안 후보의 출마 기자회견장에 모습을 드러낸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의 영입을 놓고 일종의 ‘우클릭’ 행보로 보는 해석도 나왔다.

그러나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트위터를 통해 “안철수건 문재인이건 이헌재 같은 ‘모피아’와 함께 한다면 비판할 것”이라고 밝히는 등 진보·개혁 진영에서 비판이 쏟아지자 안 후보는 다시 ‘좌회전’을 했다. 안 후보는 27일 참여연대 경제민주화위원장을 역임하고 소액주주 운동 등을 벌이며 재벌 저격수로 이름을 날린 장하성(경영학) 고려대 교수를 영입해 경제민주화 포럼 좌장을 맡겼다. 장 교수는 28일 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재벌개혁에 대해 “모든 걸 걸고 해야겠죠”라고 말했다.

안 후보는 장 교수에게 외교·안보·통일 분야를 제외한 경제·사회 정책 전반을 총괄하게 한다는 구상이다. 이로써 이 전 부총리는 사실상 ‘2선 후퇴’를 한 셈이 됐고, 안 후보의 생각은 우에서 다시 좌향좌했다.

김성훈 기자 tarant@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