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독도문제를 둘러싸고 한국에 대한 공세수위를 높이면서도 영토문제에 대한 보다 장기적인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영토갈등을 계기로 자위대 군사력을 강화하는 한편, 중국견제와 미일동맹을 내세워 미국을 영토 문제에 끌어들이는 전략이다. 일본으로서는 이를 통해 독도, 센카쿠(尖閣)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는 물론 러시아와 갈등을 빚고 있는 쿠릴열도(일본명 북방영토)에 대해 실질적인 대응력을 높이는 한편, 일본이 오랫동안 바라던 자위대 기동성 강화 및 군사력 증강을 추진하는 것이다. 독도, 센카쿠열도 영유권 분쟁이라는 뜨거운 현안과 정치권의 강경 여론 등에 기대 자위대 군사력 증강에 대한 안팎의 비판을 비껴갈 수 있기 때문이다.

아사히(朝日)신문 등에 따르면 일본 육상, 해상, 항공 자위대는 26일 본토에서 멀리 떨어진 섬 방위를 상정해 육해공 실탄사격 훈련을 실시했다. 이들은 이날 시즈오카(靜岡)현 소재 히가시후지(東富士) 연습장에서 공개리에 종합 화력훈련을 펼쳤다. 종합 화력훈련은 매년 실시하는 것이지만 본토에서 멀리 떨어진 섬이 공격받은 상황에서 적군을 격퇴하는 시나리오에 따라 훈련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자위대측은 동중국해의 오키나와(沖繩)와 여타 난세이(南西)열도에서 자위대의 기동성과 준비태세를 강화한다는 방위정책에 맞춰 실시했다고 설명했다. 훈련이 진행되는 동안 해상자위대는 정보수집을 위해 초계기를 발진시켰고 항공자위대도 적함을 공격할 수 있는 F2 전투기를 출격시켰다. 이와 함께 일본 방위성은 육상자위대에 수륙 양용 차량을 도입하기 위해 2013년도 예산안에 관련 경비 30억 엔을 계상키로 했다고 산케이(産經)신문이 27일 전했다.

한편 일본은 한국·중국과의 영토갈등에 미국을 끌어들이는 데에 적극적이다. 일본은 지난주 스기야마 신스케(杉山晋輔) 외무성 아시아 대양주 국장을 워싱턴으로 보내, 백악관과 국무부 관계자들을 만나 협조를 요청했다. 일본 자위대는 21일부터 37일간 일정으로 미국령 괌과 테니안 섬 근해에서 중국군이 센카쿠열도를 침범하는 상황을 가정한 도서 탈환 훈련에 들어갔다. 또 일본은 미국과 미일 방위협력지침 개정 논의를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는 남중국해 난사군도(南沙群島)에서 양국군의 기동성과 준비태세에서 공조를 강화하는 데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예상된다.

최현미 기자 ch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