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와 정부는 27일 ‘독도 영유권’을 주장하는 일본과도 대화할 게 있으면 대화하겠다는 원칙을 밝혔다. 하지만 일본이 그동안 보여온 외교행태를 감안하면 “뒤로 흉계를 꾸밀 수도 있다”고 판단, 경계를 늦추지 않으면서 ‘독도 수호’를 위한 만반의 준비를 갖추겠다는 방침도 명확히 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이번주중 국제사법재판소(ICJ) 공동 제소를 제안한 일본측 구상서를 반박하는 답변서를 보내는 한편, 9월7∼10일 독도방어훈련도 예정대로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지난 24일 특별 기자회견까지 열고 ‘독도는 일본땅’을 주장했던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일본 총리 내각이 향후 어떤 조치를 취할지가 한일관계 미래를 결정짓는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이날 문화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노다 총리가 우선 차분하게 나오기를 기대하는데, 일본이 워낙 뒤로 흉계를 꾸미니까 우리가 경계를 늦출 수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9월초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계기 한·일 정상회담도 우리가 먼저 제의할 생각은 없지만 일본이 하자고 하면 우리가 안할 이유도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정부 관계자도 “한일관계를 감정적으로 할 일은 아니라고 보기 때문에 노다 내각과도 대화할 게 있으면 한다”면서 독도 등 영토·과거사 문제와 한일관계 전반을 ‘분리대응’하겠다는 대일정책 기조를 재확인했다. 한·일 정상이 2008년 합의한 ‘미래지향적 동반자 관계’에 따라 ‘협력할 것은 협력한다’는 방침에 변함이 없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정부는 최근 일본이 한국국채 매입 계획을 유보하고, 독도 수영 횡단에 참여했던 탤런트 송일국 씨의 입국을 불허하겠다고 밝히는 등 ‘비상식적’ 조치를 취하고 있는 만큼, 향후 일본측 공세가 더 거세질 수 있다고 보고 경계를 늦추지 않고 있다.

당장 정부는 이번주 초 ‘독도는 역사적·지리적·국제법적으로도 명백한 한국의 고유영토’이기 때문에 ICJ 공동제소는 수용할 수 없다는 내용을 담은 구상서 답변을 일본측에 전달할 예정이다.

정부는 현재 일본측 주장에 대한 반박 논리를 어느 수위에서 얼마나 담느냐를 놓고 막판 문구조율 작업을 진행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직접 연계하지는 않지만 일본군 위안부 청구권에 대한 협상을 재요구하고, 중재위 구성 제안 카드로 일본을 압박하는 방안도 신중하게 검토중이다. 9월초 독도방어훈련 실시도 유력하다.

외교 소식통은 “정부가 1996년부터 해군 1함대 주관으로 매년 2차례씩 실시해온 독도방어훈련을 갑자기 하지 않는다고 하는 게 더 이상하다”며 “다만 날짜는 군사적 사정이나 날씨에 따라 다소 유동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신보영 기자 boyoung22@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