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21일 일본이 ‘독도 보복조치’ 각료회의를 열어 도발 수위를 단계적으로 높이는 방안을 협의한 데 대해 시나리오별 상황 대응 매뉴얼을 만들어 대비 태세를 강화하는 모습이다.

일본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총리가 직접 “부처별로 독도에 대해 보복할 조치들을 보고하라”고 지시한 뒤 회의를 주재하거나 이명박 대통령 앞으로 항의서한을 보내 외교적 무례를 불사하는 정치 행태가 예사롭지 않다고 판단, 만반의 대응책을 강구하고 있다. 정부의 기본 스탠스는 ‘차분하지만 단호한’ 대응이다.

정부가 가장 우려하는 시나리오는 일본정부가 극우단체의 ‘불법 독도 상륙작전’ 시도나 독도측량선의 독도 인근 해역 진입을 묵인하는 경우다. 이 경우 물리적 충돌이 발생할 소지가 많아 자칫 분쟁지역으로 국제사회에서 오인할 가능성 때문이다. 정부는 오히려 한·일 통화스와프 협정 규모 축소나 한국국채 매입 방침 철회 등은 별 실효도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

통화스와프 규모 축소의 경우 엔고를 초래해 일본 경제 자체에도 악영향을 미치거나 일본정부가 이전에도 한국국채를 매입한 사례가 없다는 점에서다.

물리적 충돌의 경우는 얘기가 달라진다. 정부가 해경 독도경비대에 각별히 ‘주의령’을 내린 것도 과잉대응할 경우 사태가 예상 밖으로 흐를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이날 “경찰이 애국충정이 너무 강한 나머지 과잉대응하지 않는 게 이 시점에서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일본인이 독도 진입을 시도할 경우 바다에서 저지하다보면 자칫 다치는 사람이 발생할 수 있는데 이는 일본의 해양순찰함이 파견될 빌미를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독도는 어느 곳도 숨을 데가 없기 때문에 독도에 안전하게 상륙하게 한 뒤 조용히 잡아들여 출입국관리법 위반(불법입국)으로 벌금을 물리거나 정해진 법 절차에 따라 추방하면 아무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

독도수비대는 기존에 주 1회하던 훈련을 하루 1회로 횟수를 늘리고, 함정도 증강시킨 상황에서 대비훈련을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이 2006년에도 시도했던 측량선의 독도 근접 경우에 대비해서도 해상에서 안전하게 밀어내기 작전 등으로 무력화한다는 방침이다. 일본이 이들 지역에서의 물리적 대치상황이나 충돌을 이유로 독도 문제를 유엔 안보리에 가져가려는 ‘꼼수’를 사전에 철저하게 차단하기 위한 전략들이다.

정부는 최악의 상황이 전개될 경우에도 일각에서 제기되는 일본 해상자위대 파견 등은 가능하지 않다는 판단이다. 일본의 평화헌법에서 자위대 파견을 명백하게 금지하고 있는 데다 이 경우 ‘한·일 간 국교 단절’ 등을 감수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는 이유에서다. 정부 관계자는 “일본이 전쟁도 불사하겠다는 방침을 정하지 않는 한 그 가능성은 없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김상협 기자 jupiter@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