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일본 총리가 한국과 독도, 중국과 센카쿠(尖閣)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 분쟁이라는 두 개의 대외전쟁을 동시에 치르면서 국내적으로 궁지에 내몰리고 있다.

소비세 인상을 둘러싼 갈등, 민주당 의원의 잇단 탈당과 신당 창당으로 수세에 몰리던 그가 두 개의 영토분쟁과 맞닥뜨렸기 때문이다. 자민당은 노다 총리가 영토 문제에 대해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며 29일 총리 문책결의안을 제출하겠다고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에 영토 문제가 노다 총리의 붕괴를 앞당길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NHK 등에 따르면 민주당은 20일 노다 총리를 본부장으로 하는 합동선거대책본부를 설치키로 하고 본격적인 총선 체제에 들어갔다. 민주당은 21일 이를 정식으로 확정한 뒤 이번 주에 첫 회의를 열어 선거대책을 논의할 예정이다. 이 같은 움직임은 민주당 역시 총선이 머지않다고 판단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실제로 자민당은 29일 참의원에 총리 문책결의안을 제출해 민주당을 압박해 정기국회 회기(9월8일) 내에 중의원 해산을 이끌어 내겠다는 전략이다. 또 자민당은 독도와 센카쿠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참의원과 중의원의 예산위원회 개최를 요구한 상태다. 이를 통해 노다내각의 ‘외교 실패’를 추궁한 뒤 문책결의안을 제출하겠다는 복안이다.

하지만 이 같은 정치적 공세가 노다 총리에게 정치적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실제 노다 총리는 꽉 막힌 정국을 타개하기 위해 독도 문제에 대한 강공 정책을 펼쳐왔다. 자민당 공세에 대응하고, 영토 문제에 대해 “할 말은 하는 총리”라는 이미지로 지지율도 회복하겠다는 계산이다.

일본 사정에 밝은 서울의 한 외교 소식통은 21일 “노다 총리는 마쓰시다(松下)정경숙 1기 출신으로 보수 우익, 국수주의자 중에서도 가장 우익”이라면서 “일본 정치가 빠르게 보수화되던 중에 영토 문제가 터지면서 노다 총리가 자신의 강경 색채를 대놓고 표현할 수 있게 됐고 상황에 따라 더 극단적으로 치달을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영토 갈등과 관련해 일본의 총리가 단명이라는 점 때문에 일관된 외교정책을 추진할 수 없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는데 이 같은 상황은 오히려 9월 실시될 민주당 대표 경선에서 노다 총리의 손을 들어줄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9월 민주당 대표, 자민당 총재 선출에 이어 10∼11월쯤 실시될 조기 총선에서 민주당이 지지율을 회복해 승리를 거두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최현미 기자 ch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