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위기를 정치적으로 이용해 권력을 잡으려는 ‘위험한 포퓰리스트(대중선동가)’들이 유럽에서 급성장하고 있다.

독일 시사주간지 슈피겔은 8일자 온라인판 기사에서 유로존 위기가 남유럽을 넘어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등 핵심국가로 번지면서, 유권자들의 표심을 잡기 위해 불안심리를 앞장서 더 부채질하고 국가를 분열과 대립 속에 몰아넣는 정치인들이 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유럽에서 가장 위험한 정치인 10명’을 선정 발표했다. 10명의 정치성향은 극우부터 극좌까지 다양하다.

‘유럽의 위험한 정치인’ 중 맨처음으로 꼽힌 인물은 독일 바바리아주의 마르쿠스 쥐더 재무장관. 바바리아주에서 집권 기독민주당(CDU)의 연정파트너인 기독사회당(CSU) 소속인 쥐더 주 재무장관은 최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누구나 언젠가 엄마 품을 떠나듯 이번엔 그리스가 (유로존을) 떠날 차례”라고 주장하는 등 독일 내 반그리스 정서를 조성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알렉산더 도브린트 CSU 사무총장은 한 발 더 나아갔다. 그는 “그리스가 옛 통화인 드라크마화로 연금과 공무원 보수를 지급하는 등 유로화 병행정책으로 (유로존 탈퇴) 연착륙에 대비해야 한다”고 주장해 앙겔라 메르켈 정부를 경악하게 했다.

그리스는 물론 전 유럽을 뒤흔들었던 급진좌파연합의 알렉시스 치프라스 당수도 대표적인 포퓰리스트 정치인. 1, 2차 총선을 통해 그리스 의회 내 제2 다수당 지위를 차지한 그는 현재 트로이카( 유럽연합·유럽중앙은행·국제통화기금)의 실사를 받고 있는 안도니스 사마라스 총리 정부를 향해 끊임없이 긴축거부를 촉구하고 있다.

프랑스 극우정당 국민전선의 마린 르펜 당수 역시 지난 5월 대통령선거와 6월 총선을 통해 극우 돌풍을 일으켰다. 비록 르펜 자신은 총선에서 낙선했지만 소속 의원 2명이 의회에 입성하는 성과를 올렸다. 네덜란드의 헤이르트 빌더스 자유당 당수는 북유럽 극우정치인들의 롤모델 격인 인물. 반이슬람주의자로 유명한 그는 지난 2010년 총선에서 자유당의 위상을 의회 내 제3당으로 끌어올렸으며, 내년 조기총선을 앞둔 요즘 연일 반EU 행보로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밖에 티모 소이니 ‘진짜핀란드인’당 당수, 영국 ‘UK독립당’의 나이절 파레이지 당수, 오스트리아 자유당의 하인츠 크리스찬 슈트라셰 당수 등도 유로위기 덕분에 뜬 극우정치인들이다. 슈피겔은 내년 총선을 통해 정계 복귀 및 5번째 총리직을 노리고 있는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이탈리아 총리와 경제위기를 빌미로 이주노동자를 규제하는 한편, 언론자유를 탄압하는 오르반 빅토르 헝가리 총리를 ‘위험한 정치인’으로 꼽았다.

오애리 선임기자 aer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