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여운 테디베어 때문에 독재국가 장군들의 목이 날아갔다?

1일 AP통신에 따르면 스웨덴인 두 명이 상공에서 테디베어를 떨어뜨리는 방법으로 벨라루스 인권탄압에 대해 항의하자,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이 안보책임자 2명을 해임했다.

지난 7월4일 스웨덴의 광고회사에 다니는 토마스 마제티와 한나 프레이는 소형비행기를 이용해 벨라루스의 50m 상공에서 879개의 테디베어 낙하산을 떨어뜨렸다. 이 테디베어에는 벨라루스인들의 인권보호를 지지하는 내용의 슬로건이 달려 있었다. 이에 루카셴코 대통령은 1일 안보 당국자들을 문책하고 국가 영공 방위 대장과 국경 안보 대장을 해고했다.

마제티와 프레이는 벨라루스의 인권활동가들을 지지하고 루카셴코의 힘의 상징인 군대를 무력하게 만들고 싶어 테디베어 낙하작전을 벌였다고 밝혔다. 이들은 벨라루스 인권활동가가 장난감을 배열해 시위를 하는 모습을 보고 영감을 받았다. 마제티는 “우리의 캠페인은 그것(벨라루스인들의 시위)을 지지하기 위한 것”이라면서 “항공기로 실어 나른 테디베어는 전 세계의 테디베어를 모은 것”이라고 밝혔다. 프레이는 “우리의 행동은 세계인들을 놀라게 했고 벨라루스의 많은 사람들이 이를 지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의 테디베어 낙하작전엔 3인승 항공기가 사용됐고, 총 비용은 18만4500달러(약 2억 원)가 소요됐다. 이들은 삼엄한 경비를 피해 약 한 시간 반 동안 벨라루스 영공에 머무른 후 리투아니아 남부의 한 비행장에 무사히 착륙했다. 마제티는 “위험을 느끼긴 했지만 누군가의 손을 빌리지 않고 우리 스스로가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벨라루스 당국은 이들을 국경 침범 혐의로 기소했고, 혐의가 인정되면 7년형까지 선고받을 수 있다. 벨라루스 당국은 또한 테디베어 낙하산의 사진을 개인 웹사이트에 올린 한 대학생(저널리즘)도 체포했다.

‘유럽의 마지막 독재자’로 불리는 루카셴코 대통령은 지난 1994년부터 장기집권하며 반체제 인사들과 언론자유를 탄압하고 있다. 그는 지난 2010년 12월 치러진 대선에서 80%에 달하는 득표율로 4선에 성공했다.

그러나 부정 선거 의혹이 제기되면서 대규모 항의 시위가 벌어졌고, 이 과정에서 야당 대선 후보를 비롯한 600여 명이 체포됐다.

유현진 기자 cworang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