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머리 맞댄 내수활성화 대책 이명박 대통령이 21일 청와대에서 민간 경제전문가, 정부 당국자 등 4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내수활성화를 위한 민관 합동 집중토론회를 주재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세계 각국은 해외 기업 유치와 국내 기업 투자 활성화를 위해 법인세율(법인세+지방세 등 기타세금)을 낮추는데 주력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경제 민주화를 내세운 여야 정치권이 법인세율 추가 인하를 무산시킨데 이어 오히려 법인세율을 올리는데 앞장서고 있다.

23일 세계 4대 회계법인인 KPMG와 경제계에 따르면 세계 각국의 법인 인하 움직임은 선진국과 신흥국을 가리지 않고 계속되는 중이다. 일본의 경우 올해 법인세율을 40.69%에서 38.01%로 인하한데 이어 2015년에는 이를 다시 35.64%까지 낮추기로 결정한 상태다. 영국은 30%였던 법인세율을 2009년 28%로 낮췄고 2011년에는 26%로 인하했다. 영국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법인세율을 2014년에는 23%까지 떨어뜨릴 예정이다. 미국은 대선 주자들이 법인세를 인하하겠다는 공약을 경쟁적으로 내놓고 있다.

다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도 법인세율 인하 계획을 세워놓았다. 멕시코는 현재 30%인 법인세율을 2013년 29%, 2014년 28% 등 단계적으로 인하할 계획이다. 슬로베니아는 올해 법인세율을 20%에서 18%로 낮춘데 이어 법인세율을 2015년까지 매년 1%포인트씩 낮춰 최종적으로 15%까지 인하하는 안을 국회에 제출한 상태다.

신흥국 중에서는 태국이 현재 30%인 법인세율을 올해 말까지 23%로 낮추고, 내년 1월1일부터는 20%를 적용키로 했다. 에콰도르는 내년에 법인세율을 23%에서 22%로 낮추기로 했다. 우크라이나는 현재 21%인 법인세율을 2013년 19%, 2014년 16%로 단계적 인하한다는 방침이다.

이처럼 각국이 법인세를 경쟁적으로 인하하고 있는 것은 정부 재정으로 경제를 지탱하는 정책이 한계에 봉착했다는 판단 때문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각국 정부는 확장적 재정정책으로 경제를 활성화시켰으나 최근 유럽 재정위기에서 드러났듯이 각국의 재정 건전성이 위협받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각국 정부는 법인세를 낮춰 유효 수요의 한 축인 기업 투자를 활성화시킴으로써 경제를 살리는 쪽으로 정책의 방향을 선회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 정치권은 경제 민주화를 내세우며 기업들의 세부담을 높이는데 골몰하고 있다. 민주통합당(민주당)은 지난 총선 때 22%인 순 법인세 최고세율을 25%로 환원시키는 것을 공약으로 정했다. 또 대기업 계열사 간 배당금과 상호출자금 이자액에 법인세를 과세하는 ‘법인세법 일부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새누리당은 현재 법인세율을 유지하되 대기업의 최저한세율(반드시 내야 하는 최소한의 세율)을 높이는 방안을 마련 중이다.

조동근 (경제학) 명지대 교수는 “현재 세계는 정부 지출이 한계에 도달하면서 법인세 인하를 통해 기업 투자를 늘려 경제를 활성화하려는 정책을 사용하고 있다”면서 “법인세 인상은 투자 및 일자리 감소를 가져오고, 이는 다시 가계소비와 소득세를 줄어들게 하기 때문에 내수는 물론 세수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김석 기자 suk@munhwa.com

이미지 크게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