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최윤영

지난 25일 미스코리아 출신 연예인 최윤영이 260만 원 상당의 지갑과 수표를 훔친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은 일을 계기로 연예인들의 경제상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최윤영 측은 “돈을 빌리는 과정에서 오해가 있었다”고 주장하지만 이름만 대면 알만한 연예인이 절도 사건에 연루됐다는 점에서 파장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이혼과 생활고에 시달리던 그룹 쿨의 김성수는 지난해 8월 한 토크쇼에서 “방송 출연이 뜸해지고 수입이 떨어져 밖에 나가지도 못한 채 집에만 머물다 친구가 사오는 편의점 음식으로 하루를 버텼다”고 고백했으며 보컬 그룹 V.O.S의 전 멤버 박지헌은 지난 2010년 한 연예정보프로그램에 출연해 “가수 활동으로 7년간 모아두었던 돈을 라이브카페 사업에 투자해 모두 날리고 지독한 생활고에 시달렸다”고 털어놨다.

최윤영 사건을 계기로 화려한 겉보기와는 달리, 마땅한 수입이 없어 밑바닥 생활을 이어가는 연예인들의 속사정이 속속 밝혀지고 있다.

다매체 시대를 맞아 연예인들의 일거리가 늘어난 듯 보이는 이 구조는 그러나 양극화 현상에 따른 부익부 빈익빈 결과를 초래하면서 ‘제2의 최윤영’사건이 되풀이될 전망이다.

2009년 국세청 조사에 따르면 연예인의 평균 수입은 직장인들의 평균 연봉인 2530만 원보다 적은 2499만 원으로 나타났다. A급 연예인이 드라마 1회당 5000만 원 이상의 출연료를 받는 점을 감안하면 이 같은 평균 수입은 빈곤에 시달리는 연예인이 절대 다수라는 사실을 의미한다.

유명 연예인이 빈곤에 허덕이는 것은 인기가 떨어지면서 방송에 얼굴을 비칠 기회를 갖지 못하기 때문. 연예 관계자들은 “화려한 이미지에 익숙해 있는 연예인이 실제 자연인으로서 생활 전선에 뛰어드는 일은 불가능에 가깝다”고 입을 모은다.

지난해 9월 배우 이하얀은 이혼 후 힘들었던 생활을 털어놓던 중 “내가 얼굴이 알려지지 않았다면 가사를 돕는 직종이나 소득이 적은 직종도 할 수 있는데 차마 그걸 하지 못했다”며 “그런 것을 했으면 생활비를 벌 수 있었을 텐데”라고 말했다.

때론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유명하다는 점 때문에 생활고를 겪기도 한다. MBC 드라마 ‘동이’에 보조출연자로 등장했다가 ‘티벳 궁녀’로 일약 스타덤에 올랐던 최나경은 “보조출연 일을 하던 당시가 오히려 수입이 좋았다”며 “방송 이후 취직을 하려고 해도 ‘연예인이 여기 왜 왔어’라며 거절당하기 일쑤였다”고 털어놓은 바 있다.

한 방송 관계자는 “밑바닥에서 다시 시작하려 해도 유명세에 따른 타인의 시선은 이들에게 ‘연예인답게 살라’는 일종의 강제 사항으로 작용한다”고 말했다.

그나마 이들이 부업으로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자신의 이름을 내건 각종 사업들이다. 적당히 품위 유지도 되고 본업의 적성을 살릴 수 있기 때문. 그러나 최윤영의 사례에서 보듯, 위험 부담이 커 그나마 벌어뒀던 돈도 탕진하기 일쑤다. 때론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거나 극단적 선택을 하는 경우도 있다.

1997년 아이돌 그룹 젝스키스로 활동하던 가수 강성훈은 공연 사업을 벌이다 자금난에 시달려 총 3명으로부터 총 9억 원 상당의 돈을 편취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으며 고 안재환은 여러 가지 사업 실패로 괴로워하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사업에 나선 연예인들이 더 큰 빚을 지고 최악의 빈곤 상태로 내몰리는 경우가 허다하다”며 “출연 기회를 박탈당한 유명 연예인의 생활고는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근평 기자 istandby4u@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