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워싱턴에서 열린 제2차 한·미 외교·국방장관 2+2 회의는 “도발하면 응징한다”는 대북 경고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주안점을 뒀지만, 한·미 및 범세계적 이슈에 대해서도 포괄적으로 논의가 진행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는 한·미 간에 2+2회의가 정례화의 길로 접어드는 주요한 계기를 마련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한국 측의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과 김관진 국방부 장관, 미국 측의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과 리언 패네타 국방장관 등이 참석한 이날 회의는 크게 두 개의 축으로 전개됐다. 하나는 대북 이슈이고, 다른 하나는 한·미관계 및 글로벌 현안이다.

회의에 참석했던 한 관계자는 “이번 회의는 지난 2010년 회의 때보다 공동성명의 길이가 두 배 이상 늘어날 만큼 많은 이슈에 대해 논의됐다”면서 “북핵 문제뿐만 아니라 동맹현안과 범세계적 이슈까지 가능한 모든 아이템이 포함됐다”고 의미를 분석했다. 지난 2010년 1차 2+2 회의가 북한의 천안함 도발 이후 대북 방어태세를 점검하는 데 주력했다면, 이번에는 그야말로 전략적 동맹차원의 포괄적 이슈가 논의 대상에 올랐다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2+2 회의도 정착단계에 들어섰다는 게 우리 정부의 분석이다. 당장 정례화를 약속한 건 아니지만, 앞으로 계속 만나자는 원칙에 합의한 만큼 정착의 계기를 마련했다는 것이다. 미국은 2+2회의를 일본과 호주와 각각 정례화하고 있고, 한국이 세 번째 국가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2+2회의의 정례화는 미국과 범세계적 이슈를 논의하는 글로벌 파트너로 등장함을 의미한다.

내용면에서 이번 회담은 북한 미사일의 위협을 평가하고, 이에 대한 공동대응 필요성을 논의한 것이 가장 주목받고 있다. 한국은 한국형미사일방어(KAMD)체제를 구축하는 한편, 방어적 미사일 사거리 연장을 희망해왔다. 미사일 위협에 대한 대응은 한·미 모두 필요성을 공감하고 있지만, 중국의 반발과 국내 정치적 요인 등이 얽혀 쉽게 가닥을 잡기 어려운 측면이 있었다. 미국은 KAMD 구축에 적극 협력하기로 하고, 미사일 사거리 연장에도 “진전이 있다”고 밝히는 등 한국의 입장을 일정하게 배려한 것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사거리 연장에 대해 속시원한 대답을 듣지 못한 데다 KAMD 구축도 결국 미국 주도의 MD체제를 일정 정도 수용한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돼 회담 성과가 제한적이라는 평가도 있다. 이밖에 사이버 안보 협의체를 결성키로 한 것은 한·미 협력의 새로운 진전으로 해석된다.

워싱턴 = 천영식 특파원 kkach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