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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발(發) 유럽 재정위기가 본격화할 경우 1400억 달러가 넘는 국내 은행의 유럽계 차입금이 급격히 유출될 수 있다는 한국은행의 경고가 나왔다.

한은은 국내 은행의 외화 부채 중 차입금 비중이 70%에 달하는 등 외화 유동성 구조도 매우 취약해 위기 심화 시 유동성 부족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13일 한국은행 거시건전성연구부가 작성한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의 재정위기와 우리나라 금융시스템의 안정성’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유럽계 은행의 한국에 대한 투자금액은 모두 1428억 달러(한화 157조여 원)로, 미국과 일본 등을 포함한 전체 투자금액의 43.1%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스페인·프랑스·네덜란드·이탈리아 등 유로존 4국의 투자금액은 220억 달러였다. 투자액은 유럽계 은행이 국내 은행에 빌려준 돈과 유럽계 은행이 보유한 주식, 채권을 모두 포함한다.

유럽계 은행의 국내 투자금액은 2010년 3월 1806억 달러에서 2011년 6월 1792억 달러로 줄었다. 이후 지난해 7월부터 12월까지 유럽 국가채무 위기로 외화 차입금(124억 달러)과 주식투자금 등 모두 364억 달러가 유출됐다. 한은은 국내에 유입된 유럽 자금의 규모가 커서 위기 심화 시 자본 유출 위험이 높다고 분석했다.

특히 유럽 재정위기가 심화할 경우 차입금 중심의 자본 유출이 급속하게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한은의 분석이다. 실제로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그해 10월부터 2009년 3월까지 600억 달러에 달하는 외화 차입금이 유출됐다.

이에 따라 은행의 충분한 외화 유동성 확보가 금융시스템 안정성을 담보하는 최우선 과제로 부각되고 있다. 국내 은행의 외화 유동성 비율은 올 2월 현재 107.9%로 지도비율인 85.0%를 상회하고 있지만 유동성 구조가 취약해 ‘스트레스’ 상황에서는 유동성이 크게 악화할 가능성이 높다. 외화 자산 중 회수가 쉽지 않은 대출금과 매입외환(외국환은행이 추심 전에 매입한 수출환어음 등의 자산) 비중이 78.6%나 차지하고 외화 부채 중 차입금 비중이 높아 위기 심화 시 차입금이 급속히 빠져나갈 수 있는 구조라고 한은은 분석했다.

류상철 한은 거시건전성연구팀장은 “외화예금의 비중을 확대하고 고 유동성 외화자산을 확대하는 등 외화 유동성 관리 강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충남 기자 utopian2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