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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왕은 복잡한 문제들을 관통해 핵심을 꿰뚫어보는 통찰력을 가지고 있다. 지난 2년간 총리로 일하면서, 여왕의 ‘위대한 영국적 상식’으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았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가 엘리자베스2세(사진) 즉위 60주년(다이아몬드 주빌리)을 맞아 9월 출간될 기념책자에서 여왕의 조용한 리더십을 높이 평가했다고 텔레그래프지가 31일 보도했다. 캐머런 총리는 이 책에 실린 글에서 매주 화요일 오후 버킹엄 궁에서 약 1시간 동안 열리는 여왕과의 주간알현을 “가치를 따질 수 없는 귀중한 시간”으로 평했다. “큰 그림을 이해하는 사람(여왕)”으로부터 국정운영의 지혜를 얻는 기회라는 것이다. “여왕의 이런 능력은 나 자신을 비롯해 11명 전직 총리들의 국정 추진에 귀중한 도움이 됐을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또 “여왕은 외교관련 문제에 해박해 해외에서 선거나 소요사태가 발생하면 내가 보고하기 전 이미 구체적인 사실까지 파악한 경우가 많다”고 소개했다. 토니 블레어 전 총리 역시 이 책에서 재임 시절 여왕과의 만남에 대해 “여왕은 정치 현안에 대해 매우 탁월한 식견과 통찰력이 있었다”며 “보고하는 입장이었지만 값진 소통의 자리였다”고 회고했다.

엘리자베스2세의 첫 총리는 윈스턴 처칠. 1952년 즉위 당시 여왕은 26세, 처칠은 78세였다. 처칠은 2차세계대전 후 국가적으로 중대한 고비였던 시기에 ‘어린애’가 군주가 됐다는 사실에 내심 불안해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1년 뒤 그는 “여왕 이야기를 할 때마다 눈물이 고일”정도로 열렬한 지지자가 됐다. 1955년 여왕에게 총리사직서를 내면서 처칠은 “국정 문제를 놓고 이런 표현을 써도 좋은지 모르겠지만, 너무나 재미났던 ‘주간 알현’이 특히 그리워질 것같다”고 말했다.

여성 총리 마거릿 대처와 여왕은 정치적 견해 때문에 껄끄러운 관계가 됐던 적이 많았다. 특히 대처의 혹독한 경제정책으로 인해 저소득층이 겪는 고통, 남아프리카공화국 인종차별 정권에 대한 모호한 외교정책 등에 대해 여왕은 불편함을 느꼈던 것으로 전해진다. 블레어와의 관계도 처음에는 좋지 않았다. 블레어는 여왕과의 주간알현을 ‘구식 에티켓’쯤으로 여겼지만, 점차 중요성을 깨달아 측근들에게 “매우 현명한 사람과 편하게 대화하는 아주 좋은 기회”라고 말하곤 했다.

다이아몬드 주빌리의 최고 하이라이트는 오는 5일 런던 세인트폴 성당에서 열리는 즉위 60주년 기념식과 마차퍼레이드다. 여왕 및 왕실은 기념식 후 웨스트민스터 사원을 방문한 후 마차를 타고 버킹엄 궁까지 화려한 퍼레이드를 펼칠 예정이다.

오애리 선임기자 aer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