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강점기 때 강제 노역 피해자들이 일본 기업에서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오면서 실제 배상액과 배상을 받게 되는 절차, 유사 소송 제기 가능성 등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강제 징용 피해자들이 승소하긴 했지만 이들이 실제로 얼마를 받을 수 있을지, 언제 받을 수 있을지 결정되는 데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피해자들이 1억 원 가량을 달라고 요구하긴 했지만 대법원은 법리 판단만 했기 때문에 배상액 산정은 고등법원 몫이다.

상대가 일본 기업이기 때문에 실제 받게 되는 절차도 좀 복잡하다. 피해자들은 국내법에 따라 이들 기업의 한국 내 자산을 대상으로 보상받을 수 있다. 한국지사의 재산이나 국내 은행 예치금 등이 대상이다. 실제로 신일본제철은 포스코 지분 5% 가량을 보유하고 있고, 미쓰비시중공업은 본사가 100% 출자한 현지법인을 갖고 있다.

하지만 이들 기업들이 국내 재산이 없거나 없다고 버틸 경우 일본 내 본사를 상대로 강제청구권을 행사해야 하는데, 이미 배상책임이 없다고 판결한 일본 법원이 대법원 판결을 인정해줄지 미지수다. 그러면 피해자들이 일본에서 또다시 법적 싸움을 벌여야 한다.

이런 가운데 유사 소송 제기 여부도 주목된다. 강제 징용 피해자는 최대 20만 명을 웃돌 것으로 추산되고 있어 피해자나 유가족의 소송이 잇따를 전망이다. 이번 판결은 일제 식민지배로 피해를 본 우리 국민이 일본 기업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승소 가능성을 인정한 최초의 사법적 판단으로 강제 징용자들이 67년 만에 배상을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됐을 뿐 아니라 우리 헌법의 관점에서 판단했다는 점, 한일 청구권 협정으로 원고들의 청구권이 소멸한 것이 아니라고 판단했다는 점 등에서 의의가 있다.

대법원 1부(주심 김능환 대법관)는 24일 여운택(89) 씨 등 4명이 신일본제철을, 고 박창환 씨 등 5명이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패소한 원심을 깨고 원고 승소 취지로 사건을 각각 서울고법과 부산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박수진·이재동 기자 sujininva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