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그래도 국내 정유 시장은 공급 과잉 상태로 수출 쪽으로 눈을 돌리고 있는 상황인데, 캐파(규모)도 작은 새로운 사업자가 참여하는 게 가능할지 모르겠습니다.”

“혼합 판매를 허용하겠다는 건 코카콜라랑 펩시콜라를 섞어서 팔아도 된다는 건데, 이는 브랜드 가치를 무시하고 소비자 선택권을 제약하는 겁니다.”

정부가 19일 삼성토탈이 제5의 석유 공급자로 참여하고 혼합 판매를 허용하는 것을 골자로 한 유가안정 종합대책을 발표하자 정유업계는 별다른 실효성을 내기 어려울 것이라며 손을 저었다. 하지만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13일 “공급이 과점 형태여서 (유가 상승이)계속되는지, 유통체계를 비롯해 제도 개선을 검토하라”고 지적한 뒤 후속 조치로 나온 대책이어서 기름값을 잡기 위한 정부의 칼끝이 어디로 향할지 긴장하며 예의주시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정유사 관계자는 “상당수 정책이 세금을 통해 인위적으로 시장에 개입하겠다는 것인데 그럴 거면 차라리 유류세를 내리는 게 맞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유류세 인하가 제외된 게 가장 눈에 띈다”고 말했다.

삼성토탈의 참여에 대해서는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한 정유사 관계자는 “대도시 주유소 100곳만 추가로 열어도 조단위 돈이 들어가는 데다 정유 산업이 성장 산업도 아니고 어떻게 시장에 안착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기업이라면 남는 게 있어야 할 텐데 기존 4사에 비해 규모도 많이 작고 기존 업체들도 한자릿수 영업이익률을 기록하는 정유 시장에 왜 뛰어드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규모의 경제’가 크게 작용하는 정유시장에서 새로운 사업자가 참여한다고 가격 인하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라는 것이다.

혼합판매 허용에 대해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됐다. 한 정유사 관계자는 “휘발유에도 분명히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브랜드가 있고 이는 미세하지만 가격에도 반영되는데 이를 억지로 차단하겠다는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민병기기자 mingmi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