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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북진/국방부 군사편찬연구소장

26일 오늘은 천안함 피격 2주년이 되는 날이다. 2010년 3월26일, 천안함 피격은 결코 잊을 수도, 잊어서도 안 되는 북한의 도발이었다. 이는 선전포고 없는 전쟁이었다. 그럼에도 요즈음 대한민국에서는 그 진위를 놓고 사건 당시 못지않게 큰 혼란에 휩싸여 있다.

천안함 피격이 명백한 북한 소행이라고 믿는 국민이 70% 이상임에도 일부 인터넷 매체와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에서는 이를 안 믿겠다는 ‘천안함 음모론’이 깊게 깔려 있다. 여기에 국민의 57%가 이 사건에 무지하다는 여론조사가 뒷받침되면서 그 심각성에 도(度)를 더하고 있다. 참으로 개탄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정부에서는 천안함 피격 이후에 불신(不信)과 오해를 불식하기 위해 백서를 발간했다. 이는 과학적으로 입증된 조사 결과와 객관적 사실이 토대가 됐다. 국제사회와 국내 언론에서도 절대다수가 공정하다는 평가를 했다. 하지만 편향되고 편협한 대북관을 지닌 음모론자들은 이를 믿으려 하지 않았다. 아예 믿지 않았다. 그들은 마치 기억상실증에 걸친 것처럼 모든 것을 부인하며 자신들의 이야기를 진실인 듯이 되풀이하며 무책임하게 퍼뜨렸다. 그들의 주장은 소름이 끼칠 정도로 집요하다.

친북좌파 세력들이 끈질기게 주장한 것은, 천안함 피격은 북한의 소행이 아니라 한국 정부가 이를 조작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들은 정부의 발표를 믿지 못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미국·호주·영국·스웨덴 등 국내외 73명의 전문가로 구성된 합동조사단의 각종 실험과 조사를 통해 북한 잠수정이 발사한 어뢰에 의해 천안함이 피격됐음이 사실로 판명됐다. 미국 정찰위성의 감시능력을 전제로 북한 잠수정의 침투 사실을 왜 몰랐느냐는 의문은 수중작전의 특성을 외면한 채 제기한 단순 의혹이며, 암초에 의한 좌초설도 과학적 조사에 의해 허구임이 밝혀졌다. 특히 결정적 증거가 된 ‘어뢰추진동력장치’의 발견과 추진동력장치에 씌어 있는 ‘1번’이라는 표기는 북한의 소행임을 재확인시켜 줬다.

그런데도 대한민국에서는 아직도 이를 믿지 못하겠다고 아우성치는 이들이 있으니, 이제 그들은 ‘못 믿는 게 아니라 아예 믿지 않으려 하고’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그들은 대한민국을 철저히 부정하고 있는 것이다.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이 지금 소수의 친북좌파 세력에 의해 끌려다니며 ‘몰매’를 맞고 있다.

북한의 도발 양상은 점점 노골적이고 대담해졌다. 그 대표적인 것이 오늘 대한민국을 소용돌이치게 한 천안함 피격과 연평도 포격 도발이고, 핵무기 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다. 그런데 국가 안보를 둘러싼 목소리는 여러 갈래로 나뉘어 있다. 북한이 바라는 대로, 안보 문제에서 남남갈등 현상이 빚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는 결과적으로 북한의 대남 혁명전략을 도와주는 것이다.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절대로 해선 안 되는 일이 있다. 국격을 떨어뜨려 국가의 신뢰를 추락시키거나, 동맹관계를 손상시켜 국가이익에 심각한 해를 입히거나, 사사로운 이익을 앞세워 국가안보를 저해하거나, 국가안보의 마지막 보루인 군(軍)을 매도하고 불신을 조장하는 행위다.

천안함 피격 2주년을 맞아 국가안보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 확산과 함께 대북 군사 대비태세를 더 한층 강화해야 한다. 우리 국민도 서로가 신뢰하는 풍토 속에서 자랑스러운 선조들이 물려준 자유 대한민국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그것만이 6·25 때 국가 수호를 위해 산화한 호국 전몰용사와 2010년 해양 수호를 위해 서해 북방한계선(NLL)에서 전사한 ‘천안함 46+1 용사’에 대한 최소한의 ‘국민적 예의(禮儀)’이다. 천안함 피격에 대한 왜곡과 음모론으로 그들과 유가족의 명예를 훼손하고 욕되게 하는 일은 더 이상 없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