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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용섭/국방대 부총장

천안함 폭침 2년을 맞아 북한의 실체와 우리의 대응 자세에 대해 다시 한 번 돌아볼 필요가 있다. 대한민국에서 세계 평화와 안전을 위한 핵안보정상회의 개최를 사흘 앞둔 이 순간에도 북한은 인공위성 ‘광명성 3호 발사’라는 카드를 내걸고 한반도와 세계 평화를 위협하고 있다. 북한은 언제 도발을 멈출 것인가, 아니면 북한이 존재하는 한 멈추지 않을 것인가. 북한의 크고작은 도발이 계속되면서, 국제사회의 북한에 대한 신뢰는 마이너스로 가고 있다.

혹자는 북한의 도발 이유가 한국의 대북정책이 강경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햇볕정책을 추진하던 김대중 정부 기간인 1999년과 2002년에 북한의 선제 도발로 비롯된 연평해전이 있었고, 이명박 정부 기간인 2010년에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도발이 있었다. 이 통계만 보더라도 우리의 대북정책과 상관없이 북한이 도발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1990년대 이전의 북한 도발 사례를 들지 않더라도 북한의 도발은 최대효과를 달성할 수 있다고 자신하는 시점에 일어나고 있다.

그러면 왜 북한은 계속 도발하는가? 탈냉전 이후 북한이 일으키는 도발은 세 가지 이유로 설명이 가능하다. 첫째, 현상 유지로서는 남북한 국력 경쟁에서 이길 수 없기 때문에, 현재의 평화를 깨는 도발이라는 카드를 사용함으로써 한국으로부터 원조를 얻거나 한국의 국내정치에서 남남갈등을 부추김으로써 대한민국의 발전을 저해하기 위해서다. 둘째, 북한의 내부 사정으로서, 지도자를 중심으로 내부 통제와 단결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 이유가 김정은 후계체제를 공고하게 만들기 위해서였다는 주장이 설득력이 있는 데서 분명히 드러난다. 셋째, 미국과 중국이 협력하고, 세계화된 세상에서는 정상적인 방법을 써서는 영원히 낙오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는 북한이 ‘핵과 미사일 카드가 없었으면 미국이 우리를 협상 상대로 인정했겠는가’라고 고백하는 데서 여실히 드러난다.

그러면 계속되는 북한의 도발을 어떻게 막을 수 있을 것인가.

첫째, 국민의 성숙한 안보의식이 필요하다. 북한이 도발로써 한국 사회의 남남갈등을 조장하고 경제 발전을 저해하려 한다면 국민이 단합된 모습을 보여주는 수밖에 없다. 천안함 폭침 이후 유엔에 한국 정부의 정책을 반대하는 문서를 들고가서 소동을 벌인 소수 인사가 아직도 사과조차 하지 않는 것은 성숙한 안보 의식이라고 볼 수 없다. 해군이 제주도민의 민원을 반영해 민·군 복합미항을 건설하고 있는데, 일부 단체가 가서 대한민국 해군 장교들을 욕하고 폭행할 뿐만 아니라 강정마을 주민들을 찬반으로 나누어 갈등을 증폭시키는 행위 역시 성숙한 안보 태도가 아니다.

둘째, 정치권의 반성이다. 국가안보 문제가 여야 정쟁(政爭)의 대상이 돼선 곤란하다. 천안함 폭침에 대한 대북 규탄 결의안을 찬성 163, 반대 70, 기권 4로 국회에서 통과시켰고, 야당은 북한의 공격이란 항목을 빼라고 주장했으며, 그 후에도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국가 안보 관련 토론 과정에서는 갑론을박을 통해 민주적 절차를 거치지만 일단 결정되고 나면 수용하는 자세를 보여야 자유민주주의가 독재보다 더 낫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다. 그리고 국민의 단결을 요구할 수 있다.

셋째, 북한의 도발에 대한 응징과 큰 틀에서의 대북 전략 문제다. 응징은 즉시, 단호하고, 강력하게 실시해야 함은 천안함과 연평도 도발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이다. 아울러 대북 전략에 있어서 북한 지도부의 마음을 읽고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 한미동맹을 활용하면서 중국·일본·러시아 등 주변국과 세계의 지혜를 모아 대처해 나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