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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票)를 의식한 정치권이 저축은행 피해자 구제를 명분으로 예금보험기금에 이어 국가재정에까지 손을 대겠다고 나선 데 대해 전문가들은 시장 경제 원칙 등 근본을 흔드는 일이라고 우려했다.

최광(경제학) 한국외대 교수는 14일 문화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저축은행 특별법 등 최근 국회에서 밀어붙이고 있는 법안 및 정책은 국가 운영의 큰 원칙에 반하고, 실정법을 위반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법안을 발의하고, 통과시킨 의원들에게 ‘당신 돈이라면 그렇게 하겠느냐’고 묻고 싶다”며 “세금이니까 함부로 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최 교수는 법치와 정부의 기능에 대한 ‘무지’가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국회에 법률 제정권이 부여돼 있지만 개인의 생명, 자유, 재산권을 침해하는 법은 만들 수 없는 것이 원칙”이라며 “정부의 기본 기능도 복지에 있지 않다”고 말했다.

이만우(경제학) 고려대 교수는 “여·야 할 것 없이 표를 너무 의식해 실현 가능한지를 따지지 않고 무리한 입법을 하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그는 저축은행 특별법에 대해 “저축할 곳을 선택할 때는 위험에 대한 부담을 각자가 져야 한다”며 “국가 간에도 리스크 프리미엄이 다르고, 이에 따라 이자율이 달라지는 것이 시장 원리”라고 말했다.

최병일 한국경제연구원장 역시 “저축은행 특별법 등은 초법적이고 위헌적인 발상으로 시장경제 근간을 흔드는 것”이라며 “앞으로 시장에서 일어나는 모든 문제에 대해 정치권이 책임을 지겠다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최 원장은 “사회 전반에 심각한 도덕적 해이를 가져올 수 있다”며 “경쟁력이 떨어지거나 협상력에서 밀리거나 할 때 일일이 정치논리로 풀어가게 되면 나라 근간이 흔들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조성진·박세영기자 threeme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