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어둠의 현장 학교 폭력조직인 일진회 학생들이 골목길에 몰려다니며 담배를 피우고 있다. 문화일보 자료사진

전국 중·고교의 90% 이상, 초등학교의 30% 이상에 학생 폭력조직 일진회가 침투돼 있는 것으로 보인다. 또 학교폭력의 저연령화에 따라 중학교에서 조직이 왕성한 것을 물론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면 이미 조직원으로 키워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정부 당국은 ‘학교폭력 근절 종합대책’ 발표 와중에도 일진회의 정확한 규모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어 큰 문제로 지적된다.

일진회는 특히 중·고교를 거치고 완전히 폭력조직화하면서 지역사회의 조폭세력과도 연계돼 ‘조폭의 생산공장’이 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금형 광주지방경찰청장은 7일 문화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지역에서 활동하는 조직폭력배들의 출신학교를 분석해 봤더니 특정학교로 몰리는 현상이 있었다”면서 “이는 학교가 사실상 조폭 후배들의 양성소가 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학교폭력을 주로 일으키는 일진들 역시 상급학년 선배들의 지시에 따라 움직일 수밖에 없는 올가미에 붙잡혀 폭력의 무한궤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경찰이 파악하고 있는 일진의 위험성은 후배에게 강요해 선량한 학생까지 가해자로 만드는 피라미드식 구조에 있다.

경찰청이 대표적으로 꼽고 있는 사례는 지난 1월9일 서울 마포경찰서에 붙잡힌 ‘성산팸’으로 불리는 일진회다. 마포경찰서는 서열이 낮은 친구에게 돈을 빼앗아 오라고 지시하고 액수가 만족스럽지 않으면 이들을 집단 감금·폭행한 혐의(폭처법 상공동폭행 등)로 마포구의 중학생 박모(15)군을 구속했다. 이 사건으로 드러난 일진회인 성산팸의 경우 일진회 안에 서열이 있어 위에서 아래로 지시하는 형태로 학교폭력과 갈취가 자행됐다.

제주 지역의 한 중학교에서는 졸업하거나 중퇴한 뒤에도 일진회의 피라미드 구조를 이용해 학교를 다니는 후배들에게 갈취한 사례도 있었다. 학교 외부에서 학내 폭력을 ‘원격조종’한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초등학생에게 까지도 일진회가 퍼져 초등생 100만명 중 2∼3%, 중·고교 400만명 중 5% 정도가 일진회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전국적으로 20만∼40만명이 일진회에 속한다는 추정도 제기되고 있다.

1980년대 ‘써클’로 불렸던 학내 폭력 조직은 1990년대부터 일진이라는 용어가 나오면서 ‘일진회’가 일반적으로 통용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일진회라는 학내 폭력 집단에 대한 경고 속에서도 교육과학기술부에 따르면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 심의건수는 2005년 2518건에서 2010년 7823건으로 5년 만에 3배 이상 늘었다.

경찰은 이 같은 일진회 소탕을 위해 지난 1월19일부터 4월 말까지 ‘일진회 특별단속’에 나서고 있다. 경찰은 특히 방학이 끝나 학기가 시작하는 2월 중순부터 본격적인 일진 단속이 이뤄질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문제는 정부 차원에서 대대적인 소탕에 나서는 와중에서도 학교들의 협조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는 학교폭력 은폐 교사에 대해 ‘중대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간주해 가중처벌하기로 한 바 있다. 서울 중부경찰서 여성청소년계 관계자는 “경찰청 지시를 받고 일진회 파악에 나서고 있는데 관내 22개 초·중·고등학교로부터 협조를 잘 받지 못하고 있다”면서 “치부가 드러나는 것을 우려하는 것 같은데 개학 때 직접 취합하면 어느 정도 윤곽을 파악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음성원기자 esw@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