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과학기술부, 법무부, 경찰청, 서울시교육청 등 정부 당국이 6일 학교폭력근절을 위한 범정부종합대책이 나올 때까지 일선 학교의 폭력조직인 일진회 현황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7일 교과부 자료에 따르면 2005년 학교폭력과의 전쟁을 선포한 이후에도 학교폭력은 해마다 증가했다.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 심의건수도 2005년 2518건에서 2010년 7823건으로 5년 만에 3배 이상 늘어났으며 국민신문고에 신고된 학교폭력 관련 민원도 2011년의 경우 2010년보다 초등학교는 5.1%, 중학교는 35.6%, 고등학교는 19.6%가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교과부는 이제서야 ‘학생전수조사’를 통해 일진 규모를 파악하겠다고 나섰지만 ‘뒷북’이란 비판을 면치 못하게 됐다.

학교폭력 피해학생의 66.2%가 2명 이상의 가해자에게 폭력을 당하고 가해학생의 수가 ‘6명 이상’인 경우가 16.3%에 달하는 등 학교폭력의 집단화 경향이 두드러지면서 상당수가 일진에 의해 저질러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하지만 교과부는 물론 법무부, 여성가족부, 경찰청 등에 일진 관련 자료를 요구했으나 일진의 현황을 파악하고 있는 부처는 한 곳도 없었다. 일진이 실질적으로는 존재하지만 드러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집계가 어렵다는 설명이다. 이 때문에 지난 2005년 ‘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 5개년 기본계획’을 세워 매년 5%씩 학교폭력 발생건수를 줄여나가기로 하는 등 학교폭력과의 전쟁을 선포했으나 이후 7년간 허송세월만 하고 있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교과부 관계자는 “일선학교 교사들은 일진이 없다고 하고 학생들은 있다고 하는 등 실태 조사 자체를 어렵게 하고 있다”며 “일진과 관련한 실태조사를 하지 않아 관련 정보가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경찰청에 학교폭력 관련 자료를 요청했으나 개인정보 유출을 이유로 이마저도 확보가 어렵다”며 “최근 5년간 통계 자료에 의하면 학교폭력과 관련 연간 2만∼2만5000명이 입건되고 있으며 이들 가운데 상당수가 일진과 관련된 학생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선 교사들이 추정하는 전국적인 일진회 학생 규모는 20만~40만명이다.

한강우기자 hanga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