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교육청이 26일 서울 학생인권조례를 전격 공포한 데 대해 정부가 대법원에 무효확인 소송을 제기하고 조례집행정지 결정을 신청하는 등 발빠르게 강경 대처하고 나섰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 등 교원단체와 학부모단체 및 보수적인 시민단체들도 크게 반발하면서 집단 대응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교육과학기술부가 이날 대법원에 학생인권조례와 관련한 무효확인 소송과 조례 집행정지 결정 신청을 함께 낸 것은 어떤 식으로든 인권조례 시행을 막아야 한다는 절박한 인식을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의 이날 소송 제기는 곽노현 서울시 교육감이 “인권조례 재의를 서울시의회에 요구해 달라”는 요청을 거부하고 전격적으로 공포를 강행한 것에 대해 법적·행정적으로 가능한 모든 조치를 취하기로 한 첫 사례다.

이날 이주호 교과부 장관은 출근과 함께 “교권을 추락시키고 각급 학교의 개별성과 자발성을 무시하는 조례의 공포 시행으로 인한 교육현장의 혼란을 하루라도 막아야 한다”며 무효확인 소송 제기를 즉각 결행에 옮길 것을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교과부는 또 조례 무효확인 소송에 대한 법적 공방이 길어질 가능성에 대비해 조례집행정지 결정 신청도 함께 제출했다. 교과부는 곽 교육감의 조례 공포와 관련, 직무유기 혐의로 검찰에 형사 고발하는 문제도 진지하게 검토하고 있다. 교과부는 이밖에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교원과 학부모, 시민단체들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교총은 서울학생인권조례 공포에 대응해 헌법소원을 내기로 하고 서울, 경기, 광주 지역의 학생, 학부모, 교원, 지역주민, 학교법인 등을 대상으로 청구인단 공개 모집을 시작했다. 교총은 실질적인 피해사례를 확인한 뒤 3월 초 헌법소원을 낸다는 방침이다.

교육과학교를위한학부모연합도 이날부터 서울 광화문 사거리에서 ‘유죄 교육감 곽노현 사퇴’를 촉구하는 1인시위를 시작했다. 또 곽 교육감이 휴가를 마치고 출근하는 30일 오전에는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1인시위와 함께 곽노현 사퇴 촉구 기자회견을 열기로 했다. 이에 앞서 12개 학부모·시민단체들이 모인 ‘학부모 교육시민단체협의회’는 지난 20일 서울중앙법원에 인권조례 공포 및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제출했다.

반면 전국교직원노동조합, 학생인권조례제정운동서울본부 등 일부 진보단체는 25일 서울시교육청과 공동주최로 열린 집담회에서 “학생 인권을 존중하는 학교 문화를 만드는 것이 학교폭력 문제의 근본적 해결책”이라며 학생인권조례를 학교폭력 문제 해결의 열쇠 중 하나로 제시하며 환영했다.

한강우기자 hanga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