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스페인호를 이끌 중도 우파 국민당(PP)의 마리아노 라호이(56) 대표는 신중하고 온화하면서도 집념이 강한 인물이다. 하지만 자신의 입장을 정확하게 밝히지 않고 매우 모호한 입장을 취한다는 점에서는 다소 비판을 받아왔다.

실제로 이번 선거 유세과정에서도 연금, 교육 분야를 제외하고 강도 높은 긴축정책을 실시하겠다는 전체 골격을 밝혔으나 정확하게 자신의 경제정책이 무엇인지는 명확하게 밝히지 않아 왔다.

1955년 판사 집안에서 태어난 그는 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한 뒤 20대 중반 부동산 등록업무를 보다가 1980년대 갈리시아 지방의회 의원을 거쳐 중앙 정계에 진출했다. 이어 호세 마리아 아스나르 전 총리 시절(1996∼2002)에 내무장관 등 4개 부처 장관직을 역임했다. 이 과정에서 정치인으로는 별다른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 다만 주위 사람들의 말을 신중히 경청하는 온화한 인물로, 주도권을 행사하기보다는 인내심과 자제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하지만 2003년 아스나르 전 총리에 의해 국민당 대표직을 맡으면서 정치의 중심으로 떠올랐다. 이어 2004년과 2008년 총선에서 잇따라 사회당에 패했으나 특유의 카리스마로 당을 이끌어가다 이번에 ‘2전3기’의 승리를 이뤄냈다.

스페인 명문 구단인 레알마드리드의 팬으로 결혼해 두 자녀를 둔 라호이 대표는 “한 달에 최소한 31일은 걷는다”고 말할 정도로 걷는 것을 좋아한다. 사이클 선수 경력도 있는 그는 시가를 가끔 피우며 자동차 사고로 생긴 흉터 때문에 면도를 하지 못하게 된 이후 턱수염을 기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제 경험이 별로 없고 영어도 잘 구사하지 못하는데다 현재의 위기 극복과정에서 가장 많은 도움을 받아야 할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의 관계가 그다지 좋지 않다는 점이 단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인내심이 많고 자제력이 강한 그의 성품이 ‘장거리 주자’와 비슷해 현재 처한 스페인의 경제위기를 잘 헤쳐나갈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많다.

최현미기자 ch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