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공화당의 대선주자 허먼 케인의 성희롱 의혹이 제4의 피해여성 등장으로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이 여성은 피해여성 가운데 처음으로 얼굴을 드러낸 채 케인의 성희롱 의혹을 폭로했다. 성희롱 논란은 더이상 수면 아래의 설전이 아니라 공개적인 진실공방으로 번져가며 ‘오바마 대항마’를 뽑으려던 공화당 전체를 당황스럽게 만들고 있다.

특히 미국 언론은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의 스캔들을 폭로한 불륜녀의 변호인으로 나섰던 유명 변호사가 이 여성의 변호인으로 등장한 데에도 큰 관심을 표명하고 있다. 우즈에 타격을 입힌 변호사가 케인마저 몰락시킬 수 있을지를 지켜보고 있다.

7일 등장한 네번째 피해여성은 시카고에 거주하는 샤론 바이어리크. 그는 이날 뉴욕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1997년7월 케인으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전국요식업협회에서 해고당한 뒤 일자리를 구하는 과정에서 케인을 만났는데, 주차장에서 치마를 들춰지는 성추행을 당했다는 것. 바이어리크는 기자회견에서 당시 상황을 구체적으로 묘사했고,“내가 남자친구가 있는 걸 모르느냐”고 항변했다고 밝혔다.

바이어리크의 등장은 지금까지 성희롱 의혹제기와 차원을 달리하고 있다. 그동안 성희롱을 당했다는 3명의 피해여성은 언론 혹은 변호인을 통한 간접적 의혹제기인데 반해 바이어리크는 공개적으로 의혹을 폭로한 것. 케인측은 “케인이 어느누구도 성추행한 적이 없다”고 부인했지만, 상당히 당황스러워하고 있다. 바이어리크가 법적 고소를 할 경우 법정공방으로 비화될 수도 있다. 케인이 지금까지처럼 ‘뭉개기’스타일로 성추행 스캔들을 벗어나기 어렵게 된 것이다.

바이어리크의 변호사인 글로리아 알레드 변호사는 타이거 우즈와 관계를 맺은 레이첼 우치텔의 변호를 맡는 등 스캔들 전문변호사로 명성을 떨쳐왔다. 지난 6월 트위터를 통해 외설적인 사진을 보낸 후 계속 자신의 소행이 아니라고 부인하다 결국 사퇴했던 마이크 위너 전 하원의원 스캔들때도 피해 여성의 변론을 맡았다. 선두주자 중 한명인 케인의 계속되는 스캔들 때문에 공화당 대선 경선 자체가 엉망진창으로 빠져들고 있다는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선두를 유지하는 밋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로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을 이기기 힘들 것이란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대항마인 릭 페리 텍사스 주지사, 허먼 케인 등이 잇따라 주저앉으면 공화당 경선 흥행은 물론, 대선 승리도 어려울 것이란 불안감이 공화당을 감싸기 시작했다.

워싱턴 = 천영식특파원 kkach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