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충신/문화부장

스님, 스티브 잡스의 삶을 어떻게 보십니까?

“그의 살아온 면면을 보면, 선사(禪師)라 해도, 보현행자(普賢行者)라 해도 괜찮겠어요.”

왜 그런가요? “끊임없이 자기 소리를 따라 삶을 살아왔고, 그 삶이 오늘의 나의 삶이라고 했어요. 또 그는 ‘죽음이라는 건 인간에게 준 대단한 선물’이라고도 했습니다. 그는 인생과 세상을 잘 알고, 제대로 살았으며, 그걸 우리에게 전달했기 때문이지요.”

최근 종교평화선언인 ‘아쇼카선언’을 주도한 도법스님과 나눈 대화다. 도법스님은 보현보살이 선재동자에게 부처의 공덕을 성취하기 위해 닦아야 할 10개의 광대한 행원(行願)을 설법한 ‘보현행원품’을 해석한 신간‘망설일 것 없네 당장 부처로 살게나’(불광출판사) 출간 기념 간담회에서 스티브 잡스론을 폈다. 요즘 선방(禪房)에서 평생 참선에 몰두하면서도, 중생 속으로 들어가 ‘보살행’을 하지 않으면 깨달음에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는 게 요즘 스님의 화두였다.

24일 전세계에서 동시 출간된 ‘스티브 잡스’ 전기에서 잡스는 저자 월터 아이작슨에게 “아이폰을 훔친 엄청난 도둑”이라며 구글에 무시무시한 적개심을 쏟아부었다. “죽는 순간까지 남아있는 내 인생과 은행에 있는 애플의 자금 400억달러를 모조리 바쳐서라도 안드로이드를 무너뜨릴 것이다. 기꺼이 핵전쟁도 불사하겠다.”

전기에서 아이작슨은 잡스와 그의 경쟁자 빌 게이츠, 두 천재에 대한 통찰을 보여준다. ‘비슷한 야망을 품은 둘은 성장 배경이 달랐고 성격 역시 극과 극이었다. 그들은 성격과 기질의 차이로 양 극단으로 향했고 이것은 디지털시대의 근본적 분할로 이어졌다.’ 완벽주의자 잡스는 모든 것을 통제하길 원했고, 그 무엇과도 타협하지 않는 예술가적 성향에 탐닉한 반면, 게이츠는 비즈니스와 기술에 초점을 맞춘 영리하고 계산적이며 실용적인 분석가였다는 게 아이작슨의 분석이다.

‘게이츠의 사고방식은 잡스보다 더 실용적이고 질서정연했으며 분석적 처리능력이 풍부했다. 반대로 잡스는 직관적이고 낭만적이었다. 그는 완벽에 대한 열정을 지녔고, 그로 인해 요구사항이 극도로 많았다. 그는 격렬함과 카리스마를 닥치는 대로 발산하며 회사를 경영했다.’

게이츠는 자신의 영적 구루인 워런 버핏과 함께 재산의 절반 이상을 기부해 빌&맬린다재단을 만들었다. 지금은 부인과 아프리카 등을 돌며 자선행을 하고 있다. 선불교 수행에서 얻은 잡스의 집중력과 단순함에 대한 애착, 그리고 탁월한 직관력은 범인이 보기에 기행으로 비치는 중국 당·송시대를 풍미한 선사들의 면모를 떠올리게 한다. 아이작슨은 “안타깝게도 선수행은 잡스에게 내적 평온을 길러 주지는 못했다”며 “잡스의 솔직한 성격은 그를 카리스마와 영감이 넘치는 사람으로 만들어주었지만 이따금 ‘또라이’로 만들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스님에게 또 물었다. 억만장자 잡스는 게이츠와 달리 평소 자선과 기부를 한 적이 없고, 유산을 사회에 한푼도 기부하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보현행자인가요.

그제서야 도법스님은 “그건 아닌 것 같다”며 선문답을 내놓았다. “소유의 논리로 (인생의) 해답을 찾으려고 해서는 우리 삶이 평화로울 수도, 행복할 수도 없으며 존재 가치를 중심으로 해답을 찾아야 합니다.” 잡스는 불교용어로 한 소식 한 ‘선사’ 반열에 올랐는지 몰라도 대중속에서 자선과 나눔을 실천하는 ‘보현행자’의 행복한 삶과는 거리가 멀다는 의미로 와닿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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