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17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 프로젝트109 사옥에서 이 회사 직원들과 롯데백화점 직원들이 신제품을 놓고 판촉 전략을 논의하고 있다. 김동훈기자 dhk@munhwa.com

“롯데백화점 영플라자를 찾은 일본인 고객들의 구매 패턴을 분석해 보니까 바퀴 4개 달린 가방을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했어요.”(롯데백화점 직원)

“아, 그렇군요. 지금까지는 바퀴 2개 달린 가방만 만들어 왔는데, 앞으로는 4개짜리도 추가해야겠는데요.”(프로젝트109 직원)

17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 프로젝트109 사옥. 롯데백화점의 캐릭터 가방 납품업체인 이 회사의 조대현(37) 대표와 직원들은 롯데백화점 직원들과 일본인을 겨냥해 새롭게 내놓을 여행용 가방 콘셉트에 대해 한참 열띤 토론을 벌이고 있었다.

프로젝트109 직원들은 “한국인과 달리 이동성보다는 안정성을 선호하는 일본인의 취향을 자칫 놓칠 뻔했다”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국내 백화점 1위인 롯데백화점과 캐릭터 가방 사업에 진출한 지 3년째인 프로젝트109가 인연을 맺게 된 것은 200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프로젝트109는 캐릭터 가방 제작을 위해 한국콘텐츠진흥원에 자금 지원을 요청했다가 확실한 유통 계획을 가져오라는 요구를 받고 있었다. 이때 인큐베이터 역할을 자청해 준 곳이 롯데백화점이었다. 롯데백화점은 이 회사의 독창적인 아이템과 준비된 기술력을 높이 사 “유통을 책임지겠다”는 취지의 의향서를 대신 제출했다.

덕분에 프로젝트109는 2010년 2월부터 캐릭터 가방을 제작, 롯데백화점에 납품할 수 있었다. 핸드백 편집매장인 ‘백앤백’(5개점)과 여성복 편집매장인 ‘올리브핫스텁’(13개점) 등에 핸드백 등을 납품하면서 현재는 안정적으로 월 매출 1억원을 올리고 있다.

내년 5월에는 중국 톈진(天津)에 현지 2호점을 여는 롯데백화점과 중국 시장에도 진출키로 했다.

장정현(37) 롯데백화점 영캐주얼 선임상품기획자는 “캐릭터 가방은 대개 어린이용으로 여겨지기 때문에 성인용으로 통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면서도 “캐릭터 사업에 대한 노하우가 있었고 이를 상품에 잘 담아낼 수 있는 염화폴리비닐(PVC) 원단 소재기술(특허출원 중)까지 창안해 좋은 파트너가 될 것으로 확신했다”고 당시를 돌아봤다.

이처럼 롯데백화점이 젊은 디자이너들의 등용문으로 거듭나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18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롯데백화점은 각종 편집매장을 통해 자질은 충분하나 어려운 환경에 처해 있는 젊은 디자이너나 중소업체에 적극적으로 판로를 제공하고 있다. 여성 영캐주얼 편집매장인 ‘코인코즈’나 ‘브릿지일레븐’, 핸드백 편집매장인 ‘백앤백’ 등이 그렇다. 2010년 9월 문을 연 코인코즈의 경우 해외 브랜드 16개에 국내 중소 브랜드 17개로 운영된다. 특히 국내 브랜드 중에는 처음 시장에 얼굴을 알린 브랜드가 5개나 된다.

20~30대의 패션 트렌드에 민감한 고객층을 타깃으로 운영되는 브릿지일레븐은 매년 매출 신장률 30%를 기록, 내부에선 성공 매장 중 하나로 평가받고 있다. 이 매장은 이름 그대로 프랑스와 덴마크, 이탈리아, 한국 등 11개국의 상품을 하나로 이어주는 다리 역할을 해주는데, 유럽 브랜드 상품 비중이 50%, 국내 신진 디자이너 브랜드 상품 비중이 50%로 절반씩 채워진다.

신진 디자이너 핸드백 4개 브랜드로 구성된 백앤백의 올 1~9월 매출 신장률은 전년동기대비 69%에 달했다. 젊은 디자이너들과 함께 저렴하면서도 트렌디한 디자인 제품군을 선보인 게 주효했다.

롯데백화점은 이뿐만 아니라 신진 디자이너 발굴을 위해 올 9월 서울시 산하 서울산업통상진흥원 내 서울패션센터와 ‘글로벌 패션브랜드 육성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우선 육성사업 기금 2000만원을 기부했다. 앞으로 서울패션센터의 글로벌 패션 브랜드 육성사업인 ‘서울’s 10 소울(Seoul’s 10 Soul)’에 선정된 디자이너 10명에게 안정적이고 확실한 판로를 제공할 뿐 아니라 프랑스 파리 진출을 위한 샘플 개발비나 해외 프로모션 활동비도 제공할 예정이다.

게다가 롯데백화점은 올 12월에 개설하는 프리미엄 온라인몰에 ‘신진 디자이너 챌린지숍’을 마련, 이들 10명의 상품을 소개할 예정이다.

롯데백화점은 여기서 더 나아가 중소 패션업체 육성을 위해 공동브랜드를 개발하고 자주 편집매장도 도입하고 있다.

2009년 3월 롯데백화점 강남점에 처음 문을 연 이래 현재 21개점에 들어가 있는 니트 전문 캐주얼 편집매장인 ‘니트앤노트(Knit&Knot)’. 이 매장의 경우 품질은 검증받았으나 자체 입점이 어려운 소규모 의류 생산업체 3개사가 공동 운영하고 있는 곳이다.

롯데백화점은 비용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인테리어 비용을 100% 지원한 데다, 심지어 각종 디스플레이 노하우나 쇼핑백, 마네킹 등까지 제공한다. 올 1~9월 매출이 88억원으로 이미 지난해 연간 매출(83억원)을 넘어선 상황이다. 내년 상반기(1~6월)까지 24개점으로 입점 점포 수가 늘어날 예정이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사업가 정신이 투철한 신진 디자이너들의 창의적인 도전이 백화점의 새로운 지평을 여는 데 원동력이 되고 있다”며 “앞으로 젊은 디자이너들을 발굴하고 육성하는 데 더 힘쓸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관범·노기섭기자 frog72@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