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박종구 한국폴리텍대 이사장이 서울 마포구 공덕동의 집무실에서 대학의 미래 비전에 대한 구상을 밝히고 있다. 김낙중기자 sanjoong@munhwa.com

한국폴리텍대는 기술과 학문이 공존하는 대학이다. 복합·다수라는 ‘폴리’(poly)와 기술을 뜻하는 ‘테크닉’의 결합어로 종합기술대학이란 의미를 가졌다. 단순히 기술만 있는 건 아니다. 이 대학의 교정에는 휴머니티가 함께 살아 숨쉰다. 타 대학의 총장 격인 이사장 자리에 박종구(53)씨가 취임하면서 그 같은 변화가 이미 시작됐다. 박 이사장은 산업현장과 기업 등에서 당장 필요로 하는 기술의 습득과 현장형 교육을 통한 산업인력의 양성이라는 당초의 목표를 달성하는 것은 물론, 대학 내에서 전인적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고 굳게 믿고 있다.

“폴리텍대 학생들이 직업양성소를 다니는 게 아닙니다. 꿈과 낭만이 있는 대학을 다닌다는 생각이 들도록 캠퍼스를 건설해 나가는 게 필요하죠. 앞으로는 전인교육에도 신경을 쓸 것입니다.” 지난 4일 오후 서울 마포구 공덕동의 집무실에서 만난 박 이사장은 “그간 우리 대학에서 교양이나 인문과정이 취약했던 게 사실”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박 이사장은 리더십 과정이나 문학·역사과정과 관련된 커리큘럼을 적용시키기 위한 스터디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2년간 120학점을 따야 하는 빡빡한 학사일정이 부담이 되기는 하지만 학점 구성 비율을 다소 조절하고 인문과 교양의 향기를 느낄 수 있도록 학사교육 과정을 개편하고 있다는 얘기다.

폴리텍대는 고용노동부 산하의 국책 특수대학으로 산업학사 학위과정과 기능사 과정을 혼합 운영 중이다. 전국적으로 7개 권역별 대학에 4개의 특성화된 대학이 있고, 권역별 대학 밑에 지역대학이 각각 2~4개까지 있어 모두 34개의 캠퍼스를 보유하고 있다. 학위과정의 연간 모집인원은 7000여명인데 기능사 과정을 합치면 매년 2만여명의 학생과 기술인력이 배출된다. 컴퓨터응용기계과, 메카트로닉스과, 산업디자인과, 정보통신시스템과, 바이오생명정보과, 항공정비과 등 68종 156개 학과가 있다. 특히 국내 대학으로서는 처음으로 산업현장과 강의실을 연동시킨 실무위주의 학사제도인 ‘FL(Factory Learning)시스템’을 운영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대학 자랑을 해 주시죠.

“폴리텍대는 두말할 것 없이 높은 취업률이 자랑입니다. 학위과정 취득자들의 올해 취업률이 무려 85.5%입니다. 2011년도 교육과학기술부 정보공시 결과 전국 172개 전문대학 중 취업률 1위부터 12위까지를 휩쓸었습니다. 상위 30위 내에 우리 대학의 24개 캠퍼스가 들어가 있습니다.”

―정말로 놀라운 실적이군요. 특별한 비결이라도 있습니까.

“인력양성의 과정과 눈높이를 3단계로 구분합니다. 기업이 필요로 하는 인력, 실사구시형 인력, 중간 레벨의 기술 인력이죠. 단계에 맞는 인력 양성을 하고 있습니다. 강도 높은 현장실습과 교수 1인당 10개 이상의 기업을 전담 관리토록 하는 교육전담제 같은 게 높은 취업률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취업률 85%! 대단한 기록이 아닐 수 없다. 특히 인천캠퍼스 96.4%, 익산캠퍼스 95.8%, 바이오대학 93.6%, 홍성캠퍼스 93.5%, 항공대학 93.2%, 청주캠퍼스 92.1%, 광주캠퍼스 90.6% 등 7개 캠퍼스는 취업률 90% 이상을 나타냈다. 다른 전문대들이 평균 60%대, 4년제 대학이 50%대를 유지하고 있는 것과 비교할 때 더더욱 놀라운 결과다. 박 이사장은 “우리 대학 출신 학생들은 긍정적인 사고를 가졌고 조직에 대한 로열티가 강할 뿐 아니라 팀 플레이에 능해 기업에서의 만족도가 대단히 높다”고 강조했다.

―양질의 취업이나 취업 상태의 유지 같은 것도 중요하지 않을까요.

“그렇습니다. 이른바 ‘디슨트(decent) 잡’, 즉 질 좋은 일자리 창출에도 신경을 쓰고 있습니다. 우리 대학 졸업생의 20% 정도가 300인 이상의 대기업에, 40%가 50~300인 규모의 중기업에, 나머지가 소규모 기업에 진출하고 있더군요. 2011년 졸업생의 경우 절반 가까운 979명이 3000만원 이상의 연봉을 받는 걸로 조사됐습니다. 학사과정 졸업생들의 전체 평균 연봉은 2316만원입니다. 다른 전문대학 졸업자의 평균이 1994만원이니까 적은 액수가 아니지요. 1년 이상 취업을 유지하는 비율도 77%나 됩니다. 일반 대학은 6개월 취업 유지율이 50%도 안 됩니다.”

박 이사장의 자랑이 계속됐다. 그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서 미래 대한민국을 이끌어갈 수준 높은 산업인력을 양성하는 교육현장의 최고경영자(CEO)라는 자부심이 드러났다. “한 해 등록금이 4년제 대학의 3분의 1 수준인 240만원입니다. 학생들이 매년 40만~50만원의 장학금을 받으므로 실제로 학생들이 내는 등록금은 한 학기에 90만~100만원 정도입니다. 기숙사비도 한 달에 8만원이면 ‘끽’이구요. 대학 운영의 90%를 정부 지원으로 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죠.”

박 이사장은 장차 졸업생 취업률을 90%대로 끌어올릴 심산이다. 대기업 취업비율도 3분의 1 수준으로 만들겠다는 꿈도 갖고 있다. 또 국회에 계류된 ‘근로자능력개발법’이 통과되는 대로 이르면 내년부터 전공심화 과정을 개설할 구상이다. 그렇게 되면 머지않아 3년제, 혹은 4년제 폴리텍대 졸업생이 탄생하게 된다. 도서관의 디지털화를 통해 전국 34개 캠퍼스의 도서관을 하나로 묶는 ‘E도서관’ 설립 구상 또한 착착 진행되고 있다. 이 모든 꿈을 실현하기 위해 박 이사장은 서울의 정수·강서캠퍼스 방문을 시작으로 전국의 34개 캠퍼스를 일일이 찾아간다는 계획도 세웠다.

“대한민국이 이제는 저성장, 저고용 시대에 본격적으로 접어들었습니다. 양질의 고용 창출이 경제 운영의 핵심이 된 거죠. 이제 대학 교육도 그런 데 맞춰 변화가 있어야 할 겁니다. 우리 사회는 지금 취업이 최대의 미덕입니다. 전인교육을 통한 인성 함양을 토대로 기업과 사회가 필요로 하는 인재를 양성하고 취업과 구인의 ‘미스 매치’를 해결하는 쪽으로 대학 교육이 가야 할 겁니다.” 교육자로서, 교육행정가로서 박 이사장은 청년실업에 시달리는 한국사회와 대학을 겨냥해 “끊임없이 사회 변화에 맞춰서 미래를 주도할 수 있도록 스스로가 ‘프로액티브’(proactive)하게 거듭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터뷰= 허민 사회부장 minsk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