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이수경 강동경희대병원 임상종양학과 교수가 지난 2일 서울 강동구 상일동 병원 한방암센터 약제실에서 신민섭 한약사가 한방암 치료제 ‘넥시아’를 조제(포제)하는 동안 넥시아 캡슐을 손에 들고 치료 효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임정현기자 theos@munhwa.com

A(여·67)씨는 지난 1998년 10월 모 대학병원에서 폐암 4기 진단을 받고 항암과 방사선 치료를 했다. 하지만 이듬해 우측 폐 부위 종양 크기에 변화가 없다는 검사 결과를 받았다. 절망에 빠진 A씨는 지푸라기도 잡고 싶은 심정이었다. 주변에서 한방 암 치료제인 ‘넥시아(NEXIA·옻나무 추출물로 만든 한약재)’를 복용하면 부작용이 없다는 얘기를 들었다. A씨는 곧바로 넥시아를 복용했다.

종양의 크기가 조금씩 줄어들기 시작하면서 어느 순간 완전히 사라졌다. A씨는 현재까지 13년 동안 재발 없이 건강하게 생존해 있다. B(52)씨도 2006년 갑작스러운 혈뇨 증상으로 병원을 찾았는데 신장암 2기 진단을 받았다. 수술을 받았지만 몇달 뒤 폐로 전이됐다. B씨는 항암제 치료는 단순히 생존기간을 연장하는 의미만 있다는 의료진 얘기들 듣고 주변 권유로 강동경희대병원 한방암센터를 찾았다. 넥시아 처방을 받은 B씨는 종양이 사라지는 기쁨을 맛봤다. 그는 54개월째 생존해 있다.

강동경희대병원 한방암센터가 수술적 치료가 힘든 4기 진행 및 전이암 환자들이 마지막 희망을 거는 의료기관으로 주목받고 있다. 그동안의 치료 성적이 이를 웅변해준다. 최원철(임상종양학과 교수) 한방암센터장이 1997년부터 2001년까지 넥시아로 치료한 말기암 환자 216명 중 95명(44%)이 5년 이상 생존했고, 52명(24%)은 10년 이상 장기 생존하고 있다.

◆ 말기암 환자들의 ‘희망’ = 최 교수는 지난 2006년 ‘암치료 EBM 심포지엄’에서 이 같은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아울러 넥시아 치료를 받은 백혈병 환자의 5년 생존율이 69%에 달했다는 임상 결과도 제시했다. 2007년 열린 제2회 국제동서암심포지엄에서는 넥시아를 복용한 폐암 4기 환자의 5년 생존율이 28%라고 발표했다. 한방 암치료를 받는다 해도 많은 말기암 환자가 사망하는 것은 분명한 현실이다. 하지만 양방에서 항암치료에 실패한 환자들이 대부분 1년을 넘기기 힘든 것을 감안하면 ‘믿기 어려울 정도로’ 놀라운 결과다.

넥시아 치료를 받고 10년 이상 장기생존한 사람들의 모임인 ‘대한암환우(완치)협회’가 이 같은 성적의 ‘산증인’이기도 하다. 최 교수는 “이들은 항암 1차 실패 후 병원에 온 환자가 대다수이고 항암 2차 실패 후 내원한 환자는 일부에 불과하다”며 “특히 항암 3차 이상 실패 후 내원한 환자는 극소수”라고 말했다.

‘항암 실패’란 사용하던 항암제에 환자가 내성(耐性)이 생겨 다른 항암제를 추천받는 것을 말한다. 최 교수는 지난 7월 발간한 ‘최원철 박사의 고치는 암(판미동 간)’에서 “양방은 치료 항암제가 두 번 이상 바뀌고 말기 증상이 오면 대개 환자를 ‘호스피스(완화의료)군’으로 분류한다”며 “넥시아는 ‘항암 실패’ 환자들에게 희망이 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강동경희대병원 한방암센터는 센터를 개원한 2006년 6월부터 지난 8월까지 2000여명의 환자들에게 한방 치료를 적용했으며, 이중 1차 치료 40일을 마친 환자는 800명이다.

◆ 한방 암치료의 A~Z = 먼저 암 전문 간호사인 ‘코디네이터’가 한방 치료가 적용 가능한지를 전화로 사전 상담한다. 한약을 먹을 수 있는 상태인지 확인되면 한방암센터에 내원해 진찰을 받는다. ‘망문문절(望聞問切)’이라는 한의학적 진단법을 기본으로 적용한다.

눈으로 살피는 망진(望診), 귀로 듣는 문진(聞診), 문답(問答)하는 문진(問診), 맥(脈)을 잡거나 몸을 만지는 절진(切診)을 말한다. 이를 통해 환자의 신(身), 형(形), 색(色), 택(澤·습한 정도)을 본다. 또 음성을 듣고 맥진(脈診)과 설진(舌診)을 통해 환자의 몸(正氣) 상태와 암(邪氣)의 정도를 파악해 병증을 진단한다.

이어서 암의 병리 산물인 ‘어혈(瘀血)’의 정도를 파악하기 위해 어혈 검사를 시행한다. 이를 통해 암성 어혈의 정도와 입으로 먹는 한약을 흡수, 대사할 수 있는 상태인지를 다시 한번 점검한다. 환자의 면역력은 파동검사로 확인한다. 이전 의료기관에서 시행한 다양한 검사와 진료 기록도 향후 진료계획을 세우는 데 중요한 근거 자료가 된다.

한방 암치료는 넥시아를 주된 약제로 사용하고 통증, 식욕부진 등 암 환자에게 나타나는 여러 증상에 대처하기 위해 보조적으로 탕약(湯藥), 환제(丸劑) 등 30여가지 약제를 사용한다. 한의학에서 암치료는 ‘공보겸시(攻補兼施)’라고 한다. 암을 집중 공격하면서도 몸을 보(補 )해 암을 이길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넥시아는 환자의 상태나 암의 정도에 따라 용량을 달리해 사용한다. 암이 급속히 진행되거나 환자의 통증이 심한 경우에는 고용량의 알약(캡슐)을 사용해 치료한다. 천천히 몸을 보하면서 암을 이길 수 있는 보법을 쓸 때는 용량이 낮은 탕약을 쓴다. 최 교수는 “넥시아 투여의 가장 큰 효과는 다른 부작용 없이 암에 작용해 암의 성장을 멈추게 함으로써 암을 안정시키거나 암이 줄어들게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 끊임없는 연구와 과학화 추구 = 넥시아는 원래 1차 항암치료에 실패한 4기암 환자들이 ‘그 다음(Next)’으로 사용할 수 있는 치료법을 개발해보자는 의도에서 시작됐다. 넥시아는 옻나무를 채취해 말리고 절단하고 달이는(전탕·煎湯) 과정을 거쳐 ‘우루시올’이라는 옻나무의 독 성분을 제거(포제·？製)해 만들어낸다. 약의 제형은 가루약, 캡슐, 탕약 등이 있는데 동일한 효과를 내기 위해 표준화된 포제와 성분 검증을 반드시 거친다. 이 같은 표준화된 포제를 ‘법제(法製)’라고 한다.

이수경 한방암센터 임상종양학과 교수는 “넥시아 치료제의 표준화와 균일성, 동질성을 확보하기 위해 외부 시설에서 과학적인 품질관리(Quality Control)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과학’이라는 편견을 깨기 위한 이 같은 노력 덕분에 한방 암치료에 대한 환자들의 만족도는 매우 높아지고 있다. 최근 환자들에 대한 조사 결과 환자들의 만족도가 87.5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충남기자 utopian2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