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100m 우사인 볼트(25·자메이카)에 이어 장대높이뛰기의 옐레나 이신바예바(29·러시아)마저 메달을 건지지 못하면서 세계육상을 대표하는 남녀 최고 스타 두명이 대구에서 참담한 결과를 빚었다. 제13회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 개막 나흘째인 30일에도 세계신기록이 나오지 않은 가운데 유력한 우승후보들이 ‘낙마’하는 이변은 계속됐다.

이날 전세계 팬들에게 가장 커다란 아쉬움을 남긴 선수는 ‘부활’의 기대를 모았던 이신바예바. 그녀가 여자 장대높이뛰기 결승에서 4ｍ65를 넘는 데 그치자 관중들의 탄식이 터져나왔다.

지난 베를린대회에서도 노메달에 그쳤던 이신바예바는 6위로 이번 대회를 마감하고 쓸쓸히 짐을 쌌다. 한 시대가 저무는 분위기였다. 남자 400m의 강력한 우승후보였던 라숀 메릿(25·미국)도 남자 400ｍ에서 19세 신예 키라니 제임스(그레나다)에게 역전을 당했다.

이날까지 전체 금메달 47개 중 20개의 주인공이 결정된 가운데 대회 2연패 또는 연속 우승에 성공한 선수는 소수다. 남자 경보 20㎞의 발레리 보르친(러시아), 남자 원반던지기의 로베르트 하르팅(독일)과 남자 10종 경기의 트레이 하디(미국), 여자 멀리뛰기의 브리트니 리즈(미국)와 3연패를 달성한 여자 포환던지기의 발레리 애덤스(뉴질랜드)가 연패행진을 이어갔다. 세계신기록은 단 하나도 나오지 않았다. 여자 포환던지기에서 대회 타이기록이 나온 것이 전부다. 역대 세계육상선수권대회 중 세계신기록이 나오지 않은 대회는 1997 아테네와 2001 에드먼턴, 2007 오사카 대회가 전부다.

대구 대회에서 전반적으로 기록이 부진한 것에 대해 아시아권의 시차문제, 런던올림픽을 1년밖에 남기지 않은 대회여서 집중도가 떨어진다는 등의 여러가지 분석이 나오고 있다.

그 중에 80%를 훌쩍 넘는 대구의 높은 습도가 기록부진의 주요 원인이라는 분석이 관심을 모은다.

대구 = 엄주엽기자 ejyeob@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