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였던 마이클 듀카키스 노스웨스턴대 교수가 23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 인터콘티넨탈 호텔에서 54년 만에 한국을 찾은 소감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김연수기자 nyskim@munhwa.com

한국전쟁 후 주한미군으로 근무했던 전 민주당 대선후보 마이클 듀카키스(78)가 반세기 만에 처음으로 한국을 찾았다. 서울에서 개최된 미국 하버드대 연례 아시아회의 참석차 방한한 그는 23일 문화일보와 가진 인터뷰에서 “전쟁의 참화를 딛고 경제건설과 민주주의를 이룩한 한국은 전세계 많은 빈곤국가들에게 끊임없이 영감을 주는 성공사례”라면서 “어려움 속에서도 자신감을 잃지 않고 기적을 이뤄낸 한국인들에게 찬사를 보낸다”고 말했다. 그는 1955년 12월부터 1957년 3월까지 문산에서 군사정전위원회 유엔대표단의 지원업무를 담당했다. 한국방문은 미군 제대 후 처음인데, 그는 54년 전 근무했던 문산과 한반도 분단의 현장인 비무장지대(DMZ)와 판문점을 24일 방문했다. 70대 후반의 미 정계원로인 그는 이날 인터뷰에서 1988년 대선 때 전세계에 각인시켰던 패기 있고 열정적이던 민주당 대선 후보의 면모를 다시 한번 보여줬다.

―반세기만의 방한인데 20대 때 접한 한국의 첫인상이 어떠했는가.

“내가 한국에 온 것은 1955년 12월인데 당시 한국은 전쟁 직후여서 모든 것이 파괴된 상태였다. 아무것도 없었다. 당시 놀라웠던 것은 한국 사람들이 그런 어려움 속에서도 배우는 것을 중시했고 문자해독률도 아주 높았다는 점이다. 한국인들의 뛰어난 지적 능력, 배움을 중시하는 전통이 오늘의 한국을 만든 것 같다. 내가 그리스 이민 2세인데, 한국 사람들은 그리스 사람들보다 더 근면하고 적극적인 것 같다.”

―문산과 DMZ, 판문점을 방문한 소감은.

“문산은 내가 근무할 때와는 완전히 달라져 전혀 알아볼 수 없었다. 판문점과 비무장지대에서 보니 한반도의 분단비극이 실감 났다. DMZ를 사이에 두고 남북에 전혀 상반된 나라가 있는 것인데 이런 상황을 해결하려면 하루빨리 통일이 돼야 한다.”

―한·미 양국이 북한 변화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라고 보는가.

“북한의 정치나 경제도 문제지만, 북한의 인권상황은 정말 최악이다. 한·미 양국이 최소한의 북한인권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지속적으로 문제제기를 해야 한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이 지연되고 있는데.

“민주당 인사들은 한·미 FTA가 미국에 어떤 파장을 줄지 많이 우려하며 회의적이었지만, 나는 일관되게 한·미 FTA를 지지해왔다. 한·미 FTA는 한·미 양국의 경제적 번영을 위해 필요한 것이고, 하루빨리 비준을 시켜야 한다.”

―국가신용등급강등 이후 미국의 경제침체를 걱정하는 이들이 많은데.

“과거에 비해 회복속도가 더딘 게 문제다. 이런 상황에서는 정부가 재정지출을 늘려야 하는데 국가채무한도 증액협상결과 재정지출을 줄이는 쪽으로 결정되어 걱정이다.”

―그리스 이민 2세로 그리스 재정부채를 어떻게 보고 있는가.

“재정능력이 없는 상태에서 국민들에게 장밋빛 약속을 남발하면 안된다. 보수든 진보든 간에 그런 정책은 국가적 재정위기를 불러오게 되어 있다. 정부가 갚을 수 없는 수준으로 재정지출을 하며 정책을 펴낸 것은 좋지 않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은 재임 8년간 재정흑자를 이뤘는데 그런 정책의 장점을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

―국가채무한도증액 파동 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지나치게 우유부단한 게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됐는데.

“오바마가 충분히 터프하지 않다는 비판도 있지만 오바마 대통령은 할 만큼 했다. 오히려 공화당의 극보수 강경그룹인 티파티가 타협 불가능한 집단이라는 게 더 큰 문제다.”

―오바마 대통령의 재선에 대한 전망은.

“나는 그의 재선을 희망하고 그럴 것이라고 본다. 오바마는 아주 지적이고 열려 있는 대통령이다. 늘 합의를 이뤄내려고 노력한다.”

―평생 민주당원으로서, 당의 이익과 국가의 이익을 갈등할 때엔 어떻게 조정하는가.

“당이 국가의 이익을 반영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나는 평생 민주당원이지만 미국의 이익에 반해 민주당의 이익을 지킨 적은 없었다. 늘 국가적 이익을 중시해야 한다.”

―50여년간 정치를 해왔는데 좋은 정치인이 되기 위해선 어떤 자질을 지녀야 하는가.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한 명확한 방향성과 열정을 지니고, 열심히 일해야 하며 국민을 깊이 위한다는 마음이 있어야 한다.”

―미국의 원로 정치가로서 한국 젊은이들에게 주고 싶은 메시지는.

“우리 삶에서 무엇보다 의미 있는 것은 공직서비스다. 정치에 적극 참여하고 공직에 많이 나가 국가를 위해 봉사하라는 말을 하고 싶다. 그게 국가 발전에 중요하다. 공익을 위해 일하는 것보다 가치 있는 일은 없다.”

◆ 마이클 듀카키스 = 1933년 매사추세츠생. 스워스모어대 및 하버드대 법학대학원 졸업. 12년간 매사추세츠 주지사로 일했고, 1988년 민주당 대선후보 가 됐다. 이후 노스웨스턴대 교수로 활동하며 정치행정 및 리더십에 대해 강의하고 있다.

이미숙기자 musel@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