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미국 수도 워싱턴DC를 비롯해 동부지역을 뒤흔든 강진에 미국은 물론 전 세계가 깜짝 놀랐다. 환태평양지진대에 자리잡고 있는 캘리포니아주 서해안과 달리 미 동해안에서 사람이 감지할 수 있는 수준의 지진이 발생하기는 이례적이기 때문이다. 동부지역은 아이티 등이 있는 카리브해 지역의 지진대와도 거리가 매우 멀리 떨어져 있다. 그러나 이번 지진을 계기로 미 동부지역도 지진의 위험으로부터 완전히 안전한 곳은 아니라는 사실이 새삼 드러나게 됐다. 23일 지진은 지난 1897년 버지니아주 린치버그에 규모 5.9로 추정되는 지진이 발생한 이후 114년 만에 가장 큰 규모이다.

미 동부지역에서는 강진이 드물게 발생할 뿐이지, 크고 작은 지진은 자주 발생하고 있다. 23일 타임지에 따르면 버지니아주에서만 지난 200여년 동안 수백 차례의 지진이 발생했다. 기록에 따르면 1758년 4월24일 메릴랜드주 애나폴리스를 진앙으로 한 지진이 발생해 펜실베이니아주 일대에서까지도 진동이 느껴질 정도였다. 1828년 3월9일 당시 존 퀸시 애덤스 대통령은 일기에 워싱턴에서 강한 지진이 발생해 “배를 타고 파도 위에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고 기록하기도 했다. 1811년과 1812년에는 이른바 ‘뉴 마드리드 지각판’에 놓인 미주리주와 미시시피주 경계지역에서 규모 8로 추정되는 강진이 발생해 미시시피강 흐름이 북쪽으로 기울어 주변에 많은 호수가 새로 만들어지기까지 했다.

이번 지진이 워싱턴은 물론 멀리 북쪽 캐나다 토론토부터 남쪽 조지아주까지 매우 넓은 범위에서 감지된 원인은 미 동부지역의 지반 성질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USGS의 루시 존스 대변인은 23일 CNN과 인터뷰에서 “동부지역의 단단한 암석권이 지진의 진동을 멀리까지 전달하는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토머스 조던 남캘리포니아주립대 지진센터 소장 역시 AFP통신과 인터뷰에서 “동부의 암석권이 서부보다 더 차갑고 단단해 지진파가 넓게 확산되고 광범위한 지역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동부지역에 아이티, 동일본과 같은 대지진이 발생할 가능성은 “3~5% 정도”라고 전망했다.

오애리 선임기자 aer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