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사인 볼트(25·자메이카)는 유쾌했다. 꾸밈없는 직설화법은 여전했다.

16일 입국한 볼트는 인천공항과 대구공항을 거치며 장사진을 친 취재진과 팬에게 한마디도 하지 않고 숙소로 돌아갔다. “피곤하다”는 게 이유였다. 그러나 이날 오후 10시가 조금 넘은 시간, 여장을 푼 볼트는 문화일보에 e메일을 보내왔다. 2011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앞둔 볼트의 입국 후 첫 인터뷰였다. 우선 한국의 두 스포츠 슈퍼스타, 박지성(30·맨체스터 유나이티드)과 김연아(21·고려대)에 대해 물어봤다.

볼트의 대답은 “박지성은 알고, 김연아는 모른다”였다. 볼트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의 광팬임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볼트는 박지성에 대해서는 상세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그는 “박지성을 알고 있다. 그는 지난 시즌 맨유에서 좋은 활약을 했다. 나는 몇 년 전 맨체스터에서 그와 그의 가족을 만난 적이 있다”고 설명했다. 볼트는 박지성을 ‘굉장한 선수(great player)’라고 치켜세웠다. 그러나 김연아에 대해 묻자 “피겨 스케이팅 선수는 누구도 모른다”는 짧은 답변이 돌아왔다.

볼트는 현재 자신의 몸상태에 대해서 “컨디션이 좋다(in good shape). 부상문제는 전혀 없다”고 밝혔다. 볼트는 지난해부터 허리와 아킬레스건 부상에 시달렸다. 올해 초까지 재활에 힘썼지만 최근까지도 몸상태가 완벽하지 않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볼트는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 임하는 목표는 “타이틀 방어”라고 잘라 말했다. 부상 재발 우려가 있는 상황에서 세계신기록 달성을 위해 무리하지 않겠다는 의미였다. 볼트는 2009 베를린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 남자 100m, 200m, 400m 계주 등 3관왕에 올랐다.

볼트는 ‘자신을 자동차에 비유해달라’는 질문에 “페라리”라고 말했다. 자신과 페라리 스포츠카 모두 “빠르고 멋지다(fast and cool)”는 게 이유였다. 세계 최고의 스프린터답게 ‘스피드광’이기도 한 볼트는 이탈리아의 스포츠카 ‘페라리’ 마니아로 알려져 있다. 볼트는 지난해 5월 대구국제육상경기대회 참가를 위해 한국을 처음으로 방문했다. 그는 한국에 대해 “모든 것이 굉장하다. 경기장은 멋지고 사람들은 친절하다”며 엄지손가락을 세웠다. 아울러 이번 대회를 앞두고 한국 팬들과 문화일보 독자들에게 “대구 스타디움에 직접 와서 나를 보라. 재미있을 것”이라며 자신감 넘치는 인사를 했다.

이화종기자 hiromats@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