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디로 나는 해커, 뛰는 업체, 기는 정부 정책입니다.”

사상 최대 규모인 3500만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SK커뮤니케이션즈의 싸이월드·네이트 해킹과 관련, 정부의 ‘이중적인’ 개인정보 보호 방침이 논란이 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날이 갈수록 해킹 수법이 고도화되면서 인터넷에 더 이상 안전지대가 없는 것으로 확인된 만큼 정부와 인터넷 사업자들은 근본적으로 인터넷 보안 정책을 재검토해 무분별한 개인정보 수집 관행을 막아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실제 SK컴즈는 이번 해킹과 관련, 지난 7월29일 “앞으로 회원들의 주민등록번호를 저장하지 않고 수집하는 모든 정보를 암호화하겠다”고 밝혔다. 네이버와 다음 등 주요 포털업체들도 가장 민감한 개인정보인 주민등록번호 수집 관행에 대해 전면 재검토에 나설 예정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각종 정부 차원의 규제책이 업계의 주민등록번호 수집을 요구하고 있어 모순된다는 지적이다. 한 인터넷 전문가는 “가장 문제되는 게 바로 ‘제한적 본인 확인제’”라며 “당장 이번 SK컴즈의 대책만 해도 댓글을 달거나 게시판에 글을 올리려면 제한적 본인 확인제 때문에 실명 인증을 해야 해 사실상 정부 정책 변화 없이는 큰 실효성이 없는 대책”이라고 말했다. 제한적 본인 확인제는 악성댓글을 막는다는 취지로 하루평균 방문자 10만명 이상 사이트에서는 게시판 이용자의 실명을 확인토록 한 제도로 2007년부터 시행되고 있다.

한국정보보호학회장을 맡고 있는 염흥렬 순천향대 교수는 “아이핀(I-PIN)은 한번 부여받으면 평생 바꿀 수 없는 주민등록번호와 달리 사용자가 언제든지 재발급하거나 사용을 중지할 수 있어 개인정보 도용 위험이 낮아지므로 공공기관 웹사이트에서는 아이핀 도입이 의무화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주민등록번호를 대체할 아이핀 제도를 2007년부터 도입했지만 까다로운 절차 때문에 사용자는 360만명 정도에 불과하다.

이호웅 안철수연구소 시큐리티대응센터장은 “상반기(1∼6월) 보안 이슈를 살펴보면 기업을 직접 겨냥해 금전적 이익을 노리는 악의적 해킹이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며 “편리한 인터넷 환경 어디든 보안 위협이 지뢰처럼 묻혀 있기 때문에 개인과 기업의 좀 더 철저한 보안 의식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밝혔다.

민병기기자 mingmi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