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23일 오후 발표할 예정인 대학 등록금 종합대책은 발표되기 전부터 논란에 휩싸이고 있다. 정밀한 당정협의는 물론, 당 내부 협의도 제대로 안 된 채 급조돼 서둘러 발표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오는 27일 이명박 대통령과 손학규 민주당 대표의 회동에서 등록금이 주요 의제로 다뤄질 예정인 가운데 한나라당의 이같은 방침이 알려지면서 청와대에서도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22일 오후 황우여 한나라당 원내대표와 이주영 정책위의장,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장관 등은 긴급 당정회동을 가졌다. 밤 12시를 넘기는 회의 끝에 당정은 등록금 발표안을 최종 조율했다. 이날 회의에서 정부는 재정 확보의 어려움을 호소하며 반대 목소리를 냈으나 한나라당의 강력한 의지에 막혀 결국 큰 틀에서 동의를 해준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한나라당의 전격적인 종합대책 발표는 그동안 한나라당 지도부와 등록금 태스크포스(TF) 관계자들의 입장과 크게 엇갈린 결정이어서 주목된다. 당초 한나라당은 세부 당정협의를 모두 끝낸 후인 이달 말 최종안을 발표할 것이라는 점을 공공연히 밝혀왔다. 그러나 22일 오후 이명박 대통령과 손학규 민주당 대표의 만남(27일)에 앞서 발표해야 한다는 정두언·정태근 의원 등 당내 소장파들의 목소리가 거세게 나오면서 22일 저녁 긴급 회동이 마련된 것으로 알려졌다.

27일 이 대통령과 손 대표의 만남에서 등록금 문제가 논의돼 합의안이 나올 경우 한나라당의 등록금 대책이 주목받지 못할 것이라는 위기감이 지도부에 전달됐고 지도부 역시 이같은 주장에 공감했다는 것이다. 한 소장파 의원은 “한나라당이 주도적으로 이끌어서 관철시킨 등록금 인하의 성과를 민주당에 빼앗길 이유가 없다”며 “22일 지도부를 만나 서둘러 발표하자고 강력히 건의했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적잖이 당황한 분위기다. 청와대 관계자는 23일 기자들과 만나 “이 대통령과 손 대표의 회동 의제 가운데 등록금 인하도 들어있다”며 “회담의 의미가 더불어 머리를 맞대고 여·야·정이 좋은 방안을 만들어 내고자 하는 것인데 야당 대표나 야당 상황도 생각해 줬으면 하는 아쉬움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이주영 정책위의장은 “22일 황 원내대표를 만난 적이 없다”고 부인하는 등 당내 정책조율 방식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당 고위 관계자는 “당정 간에 큰 틀에서 합의는 봤으나 아직 더 조율을 해나갈 점이 있다”고 밝혀 추가 협의과정에서 크고 작은 파장을 일으킬 것으로 전망된다.

김만용·김하나기자 my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