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김진규 건국대 총장이 지난 4일 대학 집무실에서 ‘온리 원’ 전략을 설명하고 있다. 임정현기자 theos@munhwa.com

김진규(59) 건국대 총장 집무실 안에는 대형 모니터가 하나 놓여 있다. 여기에서는 건대 교수들의 ‘국제저명학술지 논문 게재 현황’, ‘연구재단 등재지 게재 현황’, ‘논문 게재 격려금 지급 건수’, ‘특허등록 현황’, 그리고 ‘건대병원의 주별 수입’ 같은 대학의 성과지표가 수시로 업데이트되면서 점멸했다. 지난 4일 오후 서울 광진구 화양동의 캠퍼스 집무실로 찾아갔을 때 김 총장은 인터뷰 직후 미국 출장을 위해 인천공항으로 떠나기 위한 스케줄이 짜여진 상태였다.

“전국 대학들 최초로 ‘움직이는 도서관’을 운영할 계획입니다. 550대의 태블릿PC를 교수와 교직원에게 나눠 주고 필요할 때마다 전세계의 도서관에 접속할 수 있도록 하는 겁니다. 모든 나라, 모든 지역, 모든 기관, 모든 도서관의 장서를 다 볼 수 있습니다.”

김 총장은 도서 구입비로 해마다 8억여원씩 지출하는 부담과 공간의 부족 등을 해결하고 ‘시(時)테크’와 ‘정보테크’의 효율성을 도모하기 위해 움직이는 도서관을 착안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한마디로 ‘유비쿼터스’라고 할 수 있죠. 어디서든 볼 수 있으니까요. 학생들에게 ‘하이테크 에듀(edu)’를 보여주고 건국대가 뭔가 새로운 걸 한다는 점을 보여주려는 겁니다. 경제적 절감 효과도 대단히 크고요.”

김 총장이 서울과 충주캠퍼스를 포함해 모두 2만7000명의 학생수를 자랑하는 건국대 총장직에 오른 것은 지난 9월1일. 그로부터 8개월이 지난 뒤, 때마침 학원 창립 80주년(5월12일)을 맞는 건국대의 변화는 경이로움 그 자체였다.

“재단이 저를 대학 총장에 선임한 이유와 메시지를 확실히 알고 있습니다. 왜 이 시점에서 나를 필요로 하는가…. 대학과 대학병원을 ‘레벨 업’시키라는 주문 아니겠습니까.” 김 총장은 “연세대는 세브란스병원 때문에, 울산의대는 아산병원 때문에 유명해진 측면이 있다”면서 “사립대의 경영 성과는 병원의 성과와 직결된다”고 말했다. 김 총장은 이어 “재단이 저를 바이오와 랩 사이언스, 병원 등을 묶어 낼 수 있는 적임자로 본 것 같다”고 분석했다.

김 총장은 이 같은 판단에 따라 취임 직후 병원부터 개혁해 나갔다. 그 결과 취임 4개월도 채 안 된 지난해 12월 건국대병원이 보건복지부 인증의료기관평가에서 1등을 했다. “5년마다 하는 평가인데, 그 전에는 등수 안에도 못 들었죠. 찜질방에서 의료진과 학교 관계자들을 합숙시키면서 독려했습니다.” 김 총장은 그후로 건국대 구성원들이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인식을 갖게 됐다고 털어놨다.

―건국대의 미래상과 대학 거버넌스의 목표를 설명해 주시죠.

“건국대가 모든 분야를 다 잘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5개 분야만큼은 꼭 필요한 대학이 될 것입니다. 바이오·의학 분야, 태양광·우주·재생에너지 등 하이테크 분야, 문화·예술·콘텐츠 분야, 부동산학, 건축학 등입니다.”

김 총장은 “세계 최고는 언젠가 1위 자리를 내놔야 하지만 건국대만의 차별화된 것은 영원하다는 의미에서 ‘온리 원’ 전략을 세우게 됐다”고 말했다. 이런 맥락에서 그는 대학의 최고 슬로건을 ‘SMART KU, The Only One Glocal University’로 정했다. 여기서 ‘글로컬’은 ‘글로벌리제이션+로컬리제이션’이다. 세계화와 지방화의 합성어로, 김 총장에 따르면 ‘세방화’다.

김 총장이 생각하는 또 하나의 경영목표는 ‘취업률 1위’다. 현재 5위가량인 졸업생 취업률을 오는 2020년까지 1위로 끌어올리겠다는 구상이다. 이를 위해 1학년 때부터 취업지원팀이 학생을 도와주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취임 이후 도서관 로비에 ‘잡 라이브러리’를 설치하고, 기숙사는 ‘잡 하우스’로, 카페는 ‘잡 카페’로 명명했다. 도서관 로비에 국내 100대 대학의 사보를 비치한 것도 그의 아이디어다.

김 총장은 특히 스마트 시대에 걸맞은 대학을 조성한다는 계획 아래 ‘i-SMART 건국 2020’ 슬로건도 내걸었다. i는 혁신(innovation)을 뜻하고, SMART는 S(School·학교), M(Management·경영), A(Alumni·동문), R(Research·연구), T(Technology·기술)를 의미한다. 스마트 캠퍼스 조성을 위해 최근 ‘멋진 캠퍼스 위원회’도 발족시켰다.

―지난해 건국대 총장에 지원하게 된 특별한 동기는.

“전 논문도 400여편이나 썼고, 한림원 종신회원이기도 합니다. 세계 100대 과학자에도 올랐죠. 그런데 총장도 영예로운 자리 아닙니까. 잠재력 있는 대학에 가서 잘 만들어 보는 것도 국가적으로 좋지 않겠느냐는 생각을 갖게 됐어요.”

―계획과 권한이 클수록 책임감도 무거울 것 같습니다.

“잘 알고 있습니다. 사실 건국대 총장은 이른바 다른 명문대학들처럼 한가할 틈이 없습니다. 총장이 의전을 즐기고 외국에 가고 졸업식 축사만 해서는 안 됩니다.”

김 총장이 가장 우려하는 건 2015년부터 저출산 기조가 이어진다는 점이다. 고졸자에 비해 대학생 비율이 전국적으로 미달하는 상황이 올 것이고 건국대가 방심할 수만은 없다는 것이다.

김 총장이 수면시간을 하루 평균 3시간 이상 채우지 못하고 과감한 개혁을 해온 것은 이 같은 현실적 절박성에서 비롯됐다. 그의 개혁 중 하나가 ‘교수 삼진아웃제’다. 승진 못하고 3년이 지나면 교수직에서 아웃시키는 제도다. 분야별 책임경영을 하기 위한 ‘계열별 부총장제’도 도입했고, 과감한 인센티브 시스템도 개발했다. 특히 취임 직후 총장에게 제공되는 골프회원권을 팔아 수입 6억원을 연구 교수들에게 나눠 준 일화는 유명하다.

김 총장의 파격 경영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총장에게 제공되는 고급 승용차 대신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하면서 모은 1억여원으로 ‘총장 석학교수’ 1호를 뽑아 지원했다. 1호 교수는 곧 ‘미래의 노벨상 주역’에 선정돼 신문에 소개되기도 했다. “현재 ‘총장 석학교수’ 2호를 물색 중입니다. 이렇게 격려하면 보답을 하게 돼 있어요. 하하하.”

인터뷰 = 허민 사회부장 minsk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