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이우정 세브란스병원 외과 교수가 지난 2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동 병원 본관 5층 수술실에서 한 담도암 환자 수술에 앞서 환자 상태를 설명하고 있다. 김호웅기자 diverkim@munhwa.com

“담낭 결석이 1㎝ 이상이거나 작은 담석이 여러개 있으면서 만성 담낭염을 동반한 경우, 담낭 종양이 있거나 담낭암 가족력이 있는 경우 담낭암으로 진단되지 않았다 하더라도 담낭을 절제하는 게 좋습니다.”

이우정(54) 연세대 의과대학 세브란스병원 외과 교수는 지난 2일 문화일보와 가진 인터뷰에서 담낭·담도암 치료와 관련해 담석 같은 담낭암의 위험인자가 암이 되기 전에 수술하는 게 가장 바람직하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담낭·담도암의 5년 상대 생존율이 2008년 기준 24.9%에 불과해 담낭·담도암으로 발전할 수 있는 담석과 종양을 담낭과 함께 절제해 초기에 ‘발본색원’하는 게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담낭·담도암은 상당히 진행되기 전까지는 특징적인 증상이 나타나지 않아 조기 진단이 어렵고, 진단 당시 주변 장기로 침범해 근치(根治)적 절제(암이 존재하거나 존재할 가능성이 있는 모든 부위를 최대한 제거하는 것)가 불가능한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지난 1982년 연세대 의대를 졸업한 이 교수는 30여년 동안 담낭·담도 및 간, 췌장 분야 진료를 해왔다. 그는 특히 로봇 수술에 관심이 많아 담낭 치료에 처음으로 로봇 수술을 도입한 선구자로 평가받고 있다. 최근에는 미용 등을 위해 배꼽에 구멍 하나만 뚫고 복강경으로 수술하는 새로운 수술법을 선보였다. 세브란스 병원에서 4년간 로봇수술센터 센터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의료로봇학회 부회장을 맡고 있다. 최근에는 첨단 다빈치 로봇을 국산화하는 데도 공을 들이고 있다. 세브란스 병원은 최근 5년여 동안 로봇 수술만 6000건으로 세계 3위의 성적을 냈다고 이 교수는 전했다. 인터뷰 도중 이 교수 연구실 벽에 히말라야 최고봉들의 높이 등이 적혀 있는 A4용지 한 장이 붙어 있는 게 눈에 띄었다. 늘 최첨단 로봇과 살고 있어서 대자연을 호흡하고픈 욕구가 컸는지도 모른다. 이 교수는 등산 마니아로 안나푸르나봉 해발 4500m에 위치한 베이스캠프에도 다녀온 적이 있다고 한다.

―담낭·담도는 어떤 장기고 어떤 역할을 하나.

“담낭은 우리가 흔히 쓸개라고 부르는 장기다. 복부 위쪽 명치 오른쪽 부위로 간의 한가운데 아래쪽에 붙어 있다. 길이 6.8㎝, 너비 3.8㎝의 가지 모양의 타원형 주머니다. 담낭에는 약 30㏄의 담즙이 들어 있는데 간에서 분비되는 담즙을 저장하고 농축하는 기능을 한다. 담즙은 간에서 만들어지는 황금빛이 도는 분비물로 매일 250~1000㏄ 정도 만들어진다. 담즙은 식사를 하면 총 담관을 통해 십이지장으로 배출돼 음식물과 섞이는데 지방의 소화 흡수를 촉진한다. 담즙은 간세포를 둘러싸고 있는 모세담관, 소엽관 담관을 지나 담낭에 저장되었다가 총 담관을 거쳐 십이지장으로 배출되는데 이 경로를 담도라고 한다.”

―담낭·담도암은 5년 생존율이 매우 낮은편인데.

“그래도 암이 조기 발견되면서 1990년대 10%대 후반에서 2000년대 들어 20% 중반대로 높아진 편이다. 과거에는 진행되거나 전이된 암이 많이 발견됐는데 최근 초음파 검사가 많이 이뤄지면서 1~2기가 상대적으로 많이 발견되기 때문이다. 적절한 항암 치료도 생존율 향상에 긍정적인 영향을 줬다. 담낭·담도암은 1기에 발견되면 생존율이 80~90%고, 2기는 70% 정도지만, 3기는 50% 미만이고 4기는 5~10%로 뚝 떨어진다. 담낭·담도암은 2008년 기준 4378명이 발병해 전체 암 중 8위를 차지하고 있고 매년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우리나라는 외국에 비해 많이 발생하는 편이다. 60대와 70대의 고령에서 많고 남자보다는 여성에서 더 흔하다.”

―담낭·담도암의 원인 및 증상은.

“서양에서는 담낭암의 80% 정도가 담석 때문에 발생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담낭암 환자의 30%에서만 담석이 발견된다. 담석 발생 원인은 수십가지다. 장티푸스 감염, 음식의 헬리코박터균, 무리한 다이어트 등이 거론된다. 담석을 떼어낸 환자 중 1% 정도가 암으로 진단된다. 담낭·담도암의 발생 원인은 아직 정확하게 규명되지 않았다. 환경적, 유전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담낭암은 초기에 증상이 없는 경우가 많다. 복부 통증이나 불편감, 최근 6개월 동안 체중의 10% 감소, 황달과 가려움증 등과 같은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조기발견을 위해 어떻게 해야 하나.

“담낭암 환자는 담석증을 동반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문제가 없어 담석을 놔두더라도 1년에 한 번 정기적으로 검사를 해야 한다. 최근 교사인 한 외국인 여성 환자가 왔는데 담낭암 4기로 진단돼 수술을 못했다. 아버지가 담낭암으로 사망했고, 본인은 담석이 있다는 것을 15년 전에 알았다. 이런 상황을 막기 위해 담석증이라도 담낭을 모두 절제해야 한다고 권하는 편이다. 담석이 2㎝를 넘으면 수술을 권유한다. 또 작은 담석이 여러 개 있거나 만성 담낭염을 동반한 경우에는 암이 되기 전에 수술하고 있다. 가족력이 있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관련 학회에서도 그렇게 권고하고 있다. 담낭을 떼어내도 간에서 그 역할을 대신하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 우리 병원에서는 1년에 1000명 정도 담낭을 절제한다. 초음파 검사를 해서 담낭암 위험이 있는 인자들을 조기에 제거하는 게 최상의 치료법이다.”

―담낭·담도암의 방사선 및 항암 치료는 어떻게 하나.

“3~4기 환자 중 수술하기 힘들 경우 항암 치료한다. 또 3기 이상은 재발률이 50%에 달하기 때문에 수술 후에도 항암, 방사선 치료를 추가한다. 모든 암의 공통 치료 원칙이 있다. 1기는 수술 후 추가 요법이 없다. 2기 이후는 항암이든 방사선이든 추가 요법을 한다.”

―담낭·담도암의 최신 연구 경향은.

“내과에서는 고추가 암 발생에 원인을 제공하는지 연구하고 있고, 외과에서는 복강경, 로봇수술 치료법을 발전시킬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1기는 복강경, 로봇 수술로 간단하게 할 수 있다. 우리 병원에서는 진행된 암은 수술 전에 항암, 방사선 겸용 요법으로 혹 크기를 줄인 다음에 수술하고 있다. 1998년부터 췌장암에서 시작했고, 2000년 초부터 담낭암에서도 시작했다. 긍정적인 결과가 나와 발표를 준비하고 있다.”

―담낭·담도암 환자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꼭 부탁하고 싶다. 의사가 담석, 용종이 그 정도면 괜찮다고 할 때 현재 그렇다는 것이지 미래는 책임질 수 없다. 담낭 제거를 원하지 않으면 6개월~1년에 한 번 꼭 정기검진을 받았으면 좋겠다. 하지만 너무 주저하지 말고 수술해 원인을 제거하고 마음 편히 사시라고 권하고 싶다. 놔뒀다 후회하지 않도록 신경을 써달라. 병원에서 수술을 권할 때 돈을 바라고 하는 것은 아니니까 오해하지 않기를 바란다.”

김충남기자 utopian2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