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는 무분별한 무기 국산화 작업에 제동이 걸린다. 기존의 무기개발 프로젝트도 타당성·효율성을 전면 재조사한다. 이를 위해 민·관·군 합동의 ‘무기소요검증위원회’가 신설될 예정이다. 정부는 29일 무기개발 및 획득체계를 전면 개편해 전략·전술 및 기술적 측면뿐만 아니라 산업·경제적 측면에서 정밀 검토해 군의 실정에 가장 적합한 무기를 만들겠다는 방침을 밝혔다.(문화일보 3월28일자 2면 참조)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이날 ‘국방개혁 307계획’의 입법안 추진과 관련, “방위산업 비리와 비효율적인 국산무기 개발, 이로 인한 막대한 예산낭비를 근절하기 위해 무기소요검증위원회를 신설할 예정”이라며 “무기조달·획득체계의 투명성은 군의 합동성 강화를 핵심으로 한 국방개혁만큼 매우 어렵고 중대한 과제”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소요검증위는 여러 장치 중 하나이며 전체 방산체계를 들여다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군이 특정 기능의 무기가 필요하다고 강변해도 무기소요검증위를 비롯해 엄격한 타당성 검토과정에서 합격해야만 무기개발이 가능토록 하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된다는 의미다. 실패한 K21 장갑차 개발이 방산개혁이 필요한 대표적 사례로 지적됐다. 이 관계자는 “무리한 무기 국산화 추진이나 국방부 단일의 심사과정에 문제점은 없는지, 방위사업청이 과연 원가를 제대로 계산했는지, 의문이 제기돼 온 여러 문제에 대해 검토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4월초 이명박 대통령 주재로 국방부와 방사청, 대통령직속 미래기획위원회 등이 참여하는 회의를 열고 방위산업개혁 방향에 대해 양단간 결정을 낼 방침”이라며 “이 대통령의 국방·방산 개혁 의지는 그만큼 강하다”고 전했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김관진 국방장관이 각계각층을 상대로 설명회를 열고 여론수렴작업을 진행 중이며 이 대통령은 국방개혁을 위해 강력하게 힘실어주기를 하겠다는 생각”이라고 의지를 강조했다.

미래기획위 고위관계자도 “최근 벌어지고 있는 천문학적 액수의 방위산업 비리 의혹은 소요단계부터 개발에 이르기까지 로비에 쉽게 노출돼 있고, 자군의 기득권을 지키고자 군사전략상 필요하지도 않은 무기를 개발하려는 데서 비롯됐다”고 지적했다.

여권 관계자는 “역대 정권에서 군 안팎의 반발 때문에 매번 국방개혁이 실패했다”며 “이번에는 초동단계에서부터 이에 대한 강력한 경고가 불가피한 측면도 있었다”고 밝혔다. 미래기획위는 지난해 국방연구개발 체제개혁, 방위산업의 수출산업화 전략과 함께 일반무기 개발은 민간업체로 이관하고, 국방과학연구소(ADD)는 전략무기개발, 기초핵심기술에만 전념하는 역할분담 방안을 밝힌 바 있다.

김상협기자 jupiter@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