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방위산업과 군납은 대표적인 ‘복마전’으로 통한다. 각종 이권을 둘러싼 비리가 끊이지 않고 터져나오기 때문이다. 정부가 국방개혁을 추진하면서 방위산업을 중요한 축으로 설정한 것도 현재의 시스템으로는 예산 절감과 전력 강화가 불가능하다는 인식에서다.

방위산업 개혁을 기획한 미래기획위원회는 민간 부문의 참여를 중요한 수단으로 설정했다. 무기개발을 결정하는 단계부터 민간 전문가를 참여시키고, 개발과 생산도 민간업체로 대폭 이관하는 방안이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29일 “군이 무기개발사업을 독점하고 있는 현재의 구조를 바꿔서 민간 부문으로 대폭 이관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래기획위는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민간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소요검증위원회를 구성하는 계획을 내놓은 바 있다. 수천억원이 투입되는 무기개발체계도 초기부터 소요 여부를 철저히 검증하지 않으면 예산 낭비로 직결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민간의 참여 주체와 비율을 놓고 방위사업청과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군이 910억원을 들여 개발한 K21 장갑차는 대표적인 예산 낭비 사례로 꼽힌다. 이 장갑차는 에어백 부양장치를 통해 수상에서도 기동이 가능하지만 2009년 12월 도하 훈련에 참가했다가 엔진룸이 침수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또 지난해 7월에는 저수지에 빠져 안에 타고 있던 장병이 숨지기도 했다.

미래기획위 관계자는 “도하 부대의 능력이 향상돼 있는데 굳이 수천억원의 예산을 들여 물 속이나 물 위로 갈 수 있는 장갑차를 개발할 필요가 있는지 검토해야 한다”며 “무기개발을 결정할 때는 민간 전문가가 참여해 가격과 품질 경쟁력은 물론, 수출 전략도 염두에 둬야 한다”고 말했다.

방위사업청과 방산업체들이 주장하는 군납 제품의 원가도 신뢰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많다. 실제 군의 신무기인 K11 복합형 소총과 K1A1 전차 개발 등에 참여했던 방위산업체 대표는 전차의 열상 조준경과 야간투시경 등 광학 관측 장비를 방위사업청에 납품하면서 렌즈 원재료의 수입 단가와 직원 근무시간을 부풀려 27억원의 부당이득을 챙겼다가 검찰에 적발되기도 했다. 정부 관계자는 “방산업체들이 원가보다 낮은 가격에 납품한다고 주장하지만 실제로는 이처럼 원가가 부풀려진 경우가 많다”며 “소총에서 군화, 군복 등 모든 비전략 물자의 원가를 면밀하게 검증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영출기자 eve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