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산이 부서진 건물의 잔해 속에는 추억이 있었다. 마을 전체가 지진해일(쓰나미)에 휩쓸려간 동일본 대지진 피해 지역에서 주민들이 무너진 집과 진흙 더미를 뒤지며 추억이 담긴 물건을 찾아다니고 있다고 아사히신문이 24일 보도했다.

미야기(宮城)현 미나미산리쿠(南三陸)정의 한 30대 여성은 진흙범벅이 된 앨범 하나를 찾아내고는 웅크리고 앉아 눈물을 쏟았다. 그가 품에 꼭 안고 있는 이 앨범에는 두 살 난 딸아이의 사진이 들어있다.

지진이 발생한 날, 그는 딸을 재우고 장을 보러 나갔다가 산 너머에서 굉음이 울려퍼지는 것을 들었다. 집으로 돌아가려 했지만 차는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았다. 차를 버리고 언덕을 넘어 집으로 뛰어갔던 것 이후에는 기억이 없다. 딸은 지진 이튿날 집터에서 400m 떨어진 곳에서 주검으로 발견됐다. 시신을 발견한 소방대원은 딸이 평소 양치질을 할 때처럼 입을 벌리게 하고 손가락으로 진흙을 파내줬다. 엄마는 딸의 죽음을 확인한 뒤 며칠 동안 집 근처를 뒤지다가 겨우 앨범 하나를 찾아냈다고 한다.

시치가하마(七ヶ浜)정의 고등학교에 다니고 있는 이타미 유카(17)양은 매일 쓰나미에 휩쓸려 형체도 남아있지 않은 집터를 찾아와 나무막대기로 땅을 파고 있다. 그가 찾고 있는 건 궁도 전국대회에서 3위를 차지하면서 받았던 메달. 고등학교 때 시작한 궁도로 전국대회에서 입상했다는 그는 메달을 꺼내볼 때마다 ‘힘내자’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먼지가 묻을까봐 책상 서랍에 보관할 정도로 아꼈던 메달은 집과 함께 쓰나미에 쓸려 떠내려가 버렸다. 이타미양은 “쓰레기 처리 작업이 시작됐기 때문에 도로 근처에 그냥 떨어져 있는 물건은 버릴지도 모른다”며 “메달을 찾게 되면 보관해 주시거나 동사무소에 갖다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지진 발생 2주가 지났지만 미야기현은 건물의 잔해를 완전히 철거하지는 못하고 있다. 현행법상 쓰레기에도 재산권이 있어 중장비로 폐기물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금고나 위패 등 중요한 물건을 찾게 되면 보관해야 한다고 규정돼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파손된 물건들까지 모두 보관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미야기현의 한 관계자는 “개인의 추억이 담긴 물건은 가능하면 보관하고 있지만, 작업 효율상 작은 물건들까지 신경을 쓰기는 어렵다”고 했다.

김하나기자 han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