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17일 안상수 한나라당 대표와의 정례회동에서 동남권 신공항 입지 선정과 관련해 “정치논리는 배제하고 경제논리로 접근해야 한다”는 취지로 한 발언이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한나라당 영남권 의원들이 이 대통령의 발언을 ‘백지화’에 무게를 둔 것으로 해석하면서 “부산, 대구를 둘 다 죽이는 것이고, 레임덕을 가속화시키는 것”이라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대구시당 위원장인 유승민 의원은 18일 문화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신공항 입지를 선정하지 못하고 백지화하는 것은 (대구와 부산) 둘 다 살리는 것처럼 보이지만 둘 다 죽이는 것”이라며 “한나라당은 약속을 지키지 않는 당이 되는 것이고 이 이슈는 내년 국회의원 총선거와 대통령 선거에서 다시 문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스스로의 약속을 어기는 이 대통령에 대해 우리가 어떻게 봐야 할지 고민해야 하며 이런 식으로 하면 레임덕이 상당히 빨라지지 않겠느냐”며 “청와대는 상반기까지 결정을 늦추려고 할 텐데 늦추면 늦출수록 제 무덤을 파는 꼴이 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대구 수성구가 지역구인 이한구 의원도 “신공항은 지역균형발전을 위해 꼭 필요하며 정부가 수도권 중심의 사고로 생각하면서 필요없다는 결론을 내려고 애드벌룬을 띄운다”며 “항공수요는 계속 늘어나는데 인천공항만 이용하라는 것은 말이 안 되며 2000만명의 영·호남 주민들이 이용할 공항이 지역 경제발전을 위해서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부산지역 의원들도 신공항의 필요성에 대해 동의하면서도 반발 강도는 대구지역 의원들보다 약했다. 동남권 신공항이 백지화돼도 기존 김해공항 확장이라는 ‘대안’이 있기 때문이다. 부산시당 위원장인 김정훈 의원은 “같은 당내에서 국책사업으로 싸우니 대통령께서 걱정하신 말씀”이라며 “부산에서는 국비지원이 30%밖에 안 되니 민자를 유치해서 신공항을 가덕도에 건설하자는 이야기가 나온다”고 말했다. 부산 사하구가 지역구인 현기환 의원도 “이미 각종 용역에서 필요성을 인정했고 이 때문에 대통령이 공약을 한 것인데 이를 지자체 간의 과열로 원점에서 재검토하는 것이 더 정치논리 아니냐”고 되물었다. 그는 “하지만 10조원 이상의 국책사업인 신공항은 차분하고 과학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부산지역 한 중진의원은 “현재는 객관적인 판단이 어려운 상황”이라며 “양쪽이 심각하게 대립하고 있는데 한쪽을 선택하면 다른 한쪽은 완전 돌아서는 것인데 시간을 두고 고민해야 한다”고 원점 재검토에 무게를 두기도 했다.

신선종기자 hanul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