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후쿠시마(福島) 제1원자력발전소 4호기의 사용후 핵연료봉을 보관하는 수조(水槽)에 물이 남아 있지 않는 위험한 상황에 빠졌다. 또 17일 오전 원전 2~4호기에서 하얀 증기로 보이는 기체가 발생하는 등 사태는 점점 더 악화되고 있다.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은 이날 최대 인력과 자위대, 경찰 병력을 투입하고 원전에 새 송전선을 통해 전력 공급을 시도하는 등 필사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에 일본 원전은 최악의 사태로 치닫느냐 아니면 통제권 안으로 들어올 수 있느냐를 가늠하는 갈림길에 서 있게 됐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는 16일 후쿠시마 원전 4호기의 사용후 핵연료를 보관하는 수조의 물이 남아 있지 않은 상태라고 밝혔다. 수조 내의 물이 완전히 사라졌다는 것은 핵연료봉의 열기가 뜨거워지는 것을 막을 수 있는 냉각수가 없어졌음을 의미하며, 이어 핵연료가 녹아내려 방사성 물질이 유출되게 된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상태를 방치하면 최악의 경우 다시 임계점에 이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그레고리 재스코 NRC 위원장은 이날 하원의 예산 관련 청문회에 출석해 “후쿠시마 원전 4호기의 사용후 핵연료봉을 보관하던 수조의 물이 없어졌다”고 말했다. 하지만 재스코 위원장은 이 같은 정보가 어떻게 확보됐는지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미 NRC와 에너지부는 후쿠시마 원전에 원자력 전문가를 파견해둔 상태다. 재스코 위원장은 “방사능 수치도 극도로 높은 상태며, 온도가 높아지는 것을 멈추도록 하기 위한 작업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일본 당국은 현재 수조에 냉각수가 없어졌다는 사실을 부인하고 있다. 이처럼 상황이 악화되면서 17일 일본 육상 자위대는 헬기를 동원해 상공에서 냉각수를 살포하는 작업을 벌였다. 한편 간 나오토(菅直人) 총리는 이날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전화통화를 하고 원전사태 해결을 위해 양국이 최대한 협조키로 합의했다.

최현미기자 ch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