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인터넷 중독에 빠진 아들 진우를 떠나보내야 했던 김모씨 부부는 “인터넷 게임 중독은 처음부터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호웅기자 diverkim@munhwa.com

“그 착한 아이가 게임을 바꿔 가며 조금씩 조금씩 망가지는 것을 봐야 했죠. 결국 아이를 위해 떠나보내야 했습니다.” 14일 만난 진우(가명·17)군의 부친 김모(49)씨는 인터넷 게임 이야기만 나와도 고개를 떨어뜨린다. 인터넷 게임 때문에 사랑하는 아들을 이국 타향에 보내야 했기 때문이다. 큰 뜻이 있거나 집에 돈이 많아서가 아니다. 그렇다고 진우가 원했던 것도 아니다. 단지 ‘게임 중독 치료’를 위해서였다. 현재 진우는 중국 항저우(杭州)의 한 국제학교에서 인터넷과 게임 사용이 제한된 기숙사 생활을 하며 중국의 고등학교와 대학교에 진학하기 위해 공부 중이다.

“처음엔 즐기는 수준이었습니다. 그러다 순식간에 게임 중독에 빠졌지요.” 같은 날 만난 진우의 어머니 연모(46)씨는 “진우는 초등학교 4학년 때 ‘카트라이더’라는 청소년용 레이싱게임을 시작했을 뿐”이라고 입을 열었다. 당시 김씨 부부는 단순한 게임인 것 같아 아이를 크게 제재하지 않았다. 그러나 진우는 자신도 모르게 점점 게임 중독에 빠지고 있었다. 진우를 유학까지 보내게 한 것은 ‘서든 어택’이라는 게임. 자신이 게임 속 용병이 돼 총칼로 상대방 캐릭터를 잔인하게 죽이는 롤플레잉게임이다.

“심할 경우 학교에 가지 않는 방학 때는 10시간 정도 게임만 했어요. 정말 얘가 왜 이러나 싶었죠.”

김씨는 “학기 중에는 수업이 끝나고 5시간 정도 게임을 한 걸로 보인다”고 말했다. 게임 중독 정도를 분류하자면 진우는 이미 매일 2시간30분 이상씩 게임에 몰두하는 ‘고위험군’이었던 것이다. 그는 “게임을 한창 하고 있을 때 진우는 옆에서 건들기만 해도 눈빛이 변할 정도였다”고 한탄했다.

그뿐 아니었다. 과격해진 진우의 성격 때문에 각종 사건과 사고가 이어졌다. 진우가 중학교 1학년인 2008년이었다. 학교에서 교실에 찾아온 다른 반 여학생이 진우를 쳐다보자 “사람 무시하는 듯한 눈빛”이라며 이 학생을 폭행했다.

진우의 부모는 피해 여학생에게 적지 않은 치료비를 물어 줘야 했다. 연씨는 “당시의 사고도 진우 자신이 게임 때문에 위축된 상황에서 다른 친구가 단지 쳐다보는 데 반발 심리가 작용해 발생한 것 같다”고 말했다.

PC방에 가지 못하도록 용돈을 주지 않자 진우는 부모의 지갑에 손을 대기 시작했다. 금액이 커졌지만 부모가 자식을 함부로 의심할 수는 없었다.

그러다 연씨의 신용카드에서 현금 190만원이 인출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연씨가 카드 회사에 알아보니 집 주변 편의점 인출기에서 돈이 빠져나간 것으로 확인됐다. 진우가 PC방에서 만난 형들에게 돈을 찾아 준 것이었다. 물론 빠른 대처로 150만원가량을 되찾았지만 이제 진우의 일탈은 부모가 감당할 정도를 넘어서기 시작했다. 진우는 부모에게 “PC방에 드나들면서 알게 된 형들이 타는 오토바이가 부러웠던 것”이라고 말했다.

흡연은 당연했다. 연씨는 “이전에는 심증만 있었는데 지난해 3월 진우가 담배를 피우는 현장을 길에서 목격했다”고 밝혔다. 중국에 가기 전에는 끊겠다고 약속했지만 중국의 학교에서 얼마 전 진우가 흡연을 하다 적발됐다는 연락이 왔었다고 한다.

진로를 잡아 주려고도 했지만 게임 중독과 게임을 좋아하는 것은 달랐다. 연씨는 “진우가 중학교 2학년 때 영어, 수학 학원을 그만두고 프로그램 개발과 보안 전문가 공부를 시키기 위해 컴퓨터 학원에 보냈다”며 “그러나 그것도 결국 2∼3달 만에 실패했다”고 밝혔다. 컴퓨터 공부가 전문적인 분야로 들어가면서 내용이 어려워지니 공부보다는 다시 게임에만 열중하게 됐다는 것이다. 이런 사정으로 게임 중독에 빠진 진우의 부모는 갈수록 속만 태울 수밖에 없었다.

이렇듯 게임 중독은 중독자 자신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연씨는 “최근 불거진 ‘만삭 의사 부인 사망 사건’도 남편의 게임 중독 때문이라는 얘기가 나온다”며 “성인도 그렇게 중독에 빠지면 고치기 힘든데 아이들은 얼마나 더 고치기 힘들겠느냐”고 한탄했다. 그는 또 “PC방에 다녀오면 애가 온몸에 담배 냄새를 안고 온다”며 “게임 자체뿐만 아니라 그 환경도 안 좋은데 업체는 게임을 계속하게 만드는 구조로 제품을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들을 떠나보낸 김씨의 마음도 쓰라렸다. 김씨는 “일단은 중국 학교에서 적응을 하고 있는 것 같지만 진우도 많이 힘들어 한다”며 “꼭 중국에서 게임 중독을 치료하고 다른 아이들처럼 공부도 해 글로벌 리더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박준희기자 vinke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