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지난 1월28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엔씨소프트 사옥 2층 ‘엔씨어린이집’에 마련된 모래장에서 아이들이 보육교사와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곽성호기자 tray92@munhwa.com

지난 1월28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동 엔씨소프트 사옥 2층의 어린이집에선 엔씨소프트 개발팀 김형락(32) 과장이 아이와 나란히 앉아 책을 읽어주고 있었다. 김씨 근처에서도 엔씨소프트 직원들이 점심시간을 쪼개 아이들과 대화하거나 놀아주고 있는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김씨는 “게임 개발에 종사하는 프로그래머라 잦은 야근과 밤샘업무로 아이와 함께 보낼 시간이 없어 언제나 미안한 마음뿐이었다”며 “어린이집이 회사에 있으니 출근 시간 동안 아이와 못했던 대화도 하고 회사에 오랜 시간 근무하더라도 같이 교감할 수 있는 시간을 만들 수 있어 너무 좋다”고 밝혔다.

엔씨어린이집은 매년 5대 1이상의 경쟁률을 보일 정도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사측에선 2013년 옮겨갈 판교 신사옥엔 현재 40명 정원보다 3배 이상 많은 규모의 어린이집을 지어 경쟁률을 ‘낮춰’ 직원들의 기대에 부응할 계획이다.

국내 대표적 게임업체인 엔씨소프트는 젊은 직원이 많지만 상대적으로 근무 시간이 일정치 않은 정보기술(IT)업계 특성을 반영, 어린이집과 여성휴게실 등의 출산장려책을 적극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특히 엔씨어린이집은 사옥을 지을 때 김택진 대표이사가 가장 신경 쓴 곳으로 부드러운 곡선 형태와 쿠션이 있는 바닥 마감재, 천연페인트 및 광촉매제 등 친환경소재를 사용해 아이들의 안전과 건강을 최우선으로 고려했다.

총무팀의 최재근 차장은 “시설 오픈 첫해인 2008년엔 회사에서 운영에 대해 반신반의했는데 지금은 신청 대비 입소 비율이 5대 1이 될 정도로 인기가 많다”며 “부모들이 가장 만족하는 부분은 교사와 원아 비율로, 만1세반의 경우 법적 기준은 교사 1인당 원아 5명의 비율이지만 엔씨어린이집은 교사 1인당 2.5명의 원아를 담당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10명의 교사와 1명의 전문 영양사가 40명의 아이들을 돌보고 있다.

김윤전(여·35) 차장은 “구립 어린이집 수준의 교육비로 보다 좋은 환경에 아이들을 맡길 수 있는 게 가장 표면적인 혜택”이라며 “실제 점심시간을 이용, 아이를 데리고 나와 식사도 함께 하고 근처 수족관을 가거나 회사 내 도서관에 가서 아이가 보고 싶어하는 DVD를 빌리기도 하는 등 아이와 같은 공간에 있다는 것 자체가 부모와 아이 사이에 좋은 영향을 준다”고 강조했다. 김 차장은 또 “아무래도 회사 내에 어린이집이 있다 보니 어린이집의 안전 문제, 식단 문제 등에 대해서도 안심할 수가 있고 다양한 의견개진이 가능해서 아이를 믿고 맡길 수 있다”고 자랑했다. 실제로 어린이집에 아이를 맡겨둔 직원들은 종종 만나 아이와 교육에 대해 다양한 이야기를 나눈다고 한다.

어린이집에선 아이의 건강이 안 좋거나 작은 사고라도 나게 되면 바로 부모에게 연락해 언제든 아이의 상태를 확인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엔씨소프트측은 향후 판교 사옥으로 확장 계획 뿐 아니라 육아와 관련한 부모교육 세미나를 개최하는 등 학부모와 커뮤니케이션을 강화하는 계획도 갖고 있다.

엔씨소프트는 직원들의 평균 연령이 31세다. 여성 직원들의 평균 연령은 더 낮다. 남녀 불문하고 결혼과 출산, 육아가 가장 현실적인 고민이 될 나이다. 또 마케팅 부서의 여성 비율은 절반을 넘는 등 전체 직원 중 여성 인력이 38%나 돼 여성에 대한 복지에도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삼성동 사옥 지하 1층에 위치한 여성휴게실엔 침대와 소파, 착유실과 살균소독기 등이 마련돼 있어 여직원들이 자신이 필요한 시간에 휴식 및 모유착유 공간으로 자유로이 활용할 수 있다. 출근시간부터 오후 9시까지 이용할 수 있어 야근하는 여직원들도 혜택을 볼 수 있다. 기존 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훨씬 자유로운 IT업계 특유의 근무 환경은 출산 및 육아 휴직, 여성휴게실을 이용하는 데에도 큰 장점으로 작용한다. 다른 직원이나 상사의 눈치를 볼 필요없이 자유로이 이용할 수 있다.

직원들을 위한 출산장려책과 복지정책은 회사에도 큰 도움이 됐다. 윤진원 홍보팀장은 “맞벌이를 하는 젊은 부부들이 많은데 아이들과 함께 할 시간이 부족하다는 직원들의 요구가 많았다”며 “자녀 보육을 회사에서 도움받은 직원들은 회사에 대한 애정과 일에 대한 몰입도가 높아지고 있고 이런 상호 간의 신뢰는 실제 회사의 성과로도 이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민병기기자 mingmi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