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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의 탄생 100주년을 앞두고 미국 내에서 다양한 행사가 준비되고 있으며, 추모 열기도 높아가고 있다. 지난해 연말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휴가지에서 레이건 전기를 읽은 게 알려지면서 레이건 리더십도 새롭게 조명되고 있다. 공화당 및 보수주의자들 뿐 아니라 중도파 및 진보성향의 일부까지 레이건 전 대통령을 추앙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초당적인 ‘레이건 탄생 100주년’ 기념행사가 준비 중이며, 그의 리더십을 배우려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미 최고 핵항공모함이 로널드 레이건호이며, 수도인 워싱턴 DC의 국제공항도 레이건 공항일 만큼 레이건 전 대통령은 대중들에게 가깝게 남아 있다. 레이건 전 대통령은 1911년 2월6일 출생이다. 영화배우 출신으로 극심한 보수주의자로 알려졌던 레이건 전 대통령이 왜 현시점에서 좌우를 넘어 이토록 각광받고 있는 걸까.

레이건 전 대통령을 수식하는 위대한 소통자(great communicator)는 한때 논란의 대상이었다. 지지자들은 레이건 전 대통령이 진짜 대중과 소통을 잘한다고 주장한 반면, 반대론자들은 여론조작을 잘하는 대통령으로 폄하했기 때문이다. 레이건 전 대통령의 정책이나 정치적 능력이 좋았던 게 아니라, 영화배우 출신으로 텔레비전에 비치는 자신의 모습을 극대화하면서 인기를 끌었다는 것이다.

이 같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레이건 전 대통령이 갈수록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은 일단 미국의 부활에 대한 희망 때문으로 풀이된다. 경제위기를 겪으면서 어려움에 처한 미국민들은 미국이 잘나가던 시절과 그 리더십을 그리워하게 되는 것이다. 레이건 전 대통령이나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인기가 높은 것은 마찬가지이다. 특히 레이건 전 대통령은 어려움을 겪던 미국을 살려놓았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얻었다. 당시 상황은 대공황 이후 최악이라고 불릴 정도로 좋지 않았다. 1980년에 이자율은 최고 21%까지 치솟았고 인플레이션은 12.5%, 실업률은 7.5%였다.

군사력도 최악이었다. 베트남전쟁 실패의 여파로 군 사기는 땅에 떨어졌고, 훈련된 승무원이 부족해 군함을 못 움직인다는 말이 있을 정도였다. 적들에게는 억제력을 갖지 못하고 동맹국에게는 불안감을 심어주던 시기였다. 에드윈 미스 전 법무장관은 “1981년 집권하면서 경제를 회생시키는 게 첫 번째 임무였고, 둘째는 군사력을 재건해서 세계적 지위를 되찾는 것이었다”면서 “그것이 레이건 전 대통령이 하려던 것이었다”고 회고했다.

레이건 전 대통령은 절대로 ‘희망’을 포기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국가를 재건시킬 수 있다는 강한 믿음을 갖고 있었다. 이를 통해 주변의 참모와 대중을 설득해갔다. 레이건 전 대통령은 “미국이란 나라는 조그만 꿈을 가지기에는 너무 크다”고 말하곤 했다.

그는 미 군사력을 키울 게 아니라 소련과 데탕트를 추진해야 한다는 참모들의 의견을 물리치고 군사력 확장에 나섰다. 강한 미국에 대한 큰 비전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것이다. 강한 미국을 추구한 결과 냉전을 종식시킬 수 있었다는 게 학자들의 분석이다. 펜실베이니아대의 리더십 담당 교수인 알 비체레는 “레이건 대통령은 냉전을 끝내고, 간섭하는 정부를 막겠다는 크고 장기적인 비전을 가졌고, 그런 방향을 표현했다”고 말했다.

노스 캐롤라이나 출신의 상원의원이었던 고 제스 헬름스는 생전에 “상처 난 미국의 정신을 고치려 했고, 자유세계의 힘을 회복하려고 추구했다”고 말했다. 그는 레이건 전 대통령이 겸손한 인격자, 큰 비전, 위대한 소통자, 그리고 희망전도사 등의 자질을 갖고 있었다고 분석했다. 레이건 전 대통령은 스스로를 영원한 낙관주의자라고 묘사했다.

인기가 내려가는 것을 우려한 참모들에게 “한 번 더 총격을 당하면 되지”라고 농담을 할 만큼 낙천적이었다는 것이다. 레이건 전 대통령은 유머를 즐긴 대통령이고, 이는 낙천적 기질과 어울려 상승작용을 한 것으로 보인다.

위대한 소통자라는 칭호를 받게 된 레이건 전 대통령의 소통기술은 여전히 많은 지도자들의 연구대상이다. 펜실베이니아대 와튼 스쿨의 리더십센터 소장인 마이클 우심은 “비전과 전략을 가지려면 잘 말하고, 자주 말하고, 간단히 말하고, 열정적으로 말하라”고 했다. 레이건 전 대통령의 메시지는 항상 단순했고, 복잡한 문제도 간단명료하게 만들 줄 아는 능력이 있었다.

1999년 대통령 선거출마를 준비 중이던 조지 W 부시 당시 텍사스 주지사는 레이건 도서관에서 연설을 통해 “우리는 레이건 대통령이 회복시킨 나라에서 살고 있다”고 말했다. 레이건 전 대통령은 다양한 장점을 지녔겠지만, 결국 그 당시 시대적 소명을 완수함으로써 지금까지 추앙받을 수 있게 된 것으로 분석된다. 침몰하는 미국호에서 경제를 회생시키고 군사력을 강화시켜 미국인에게 희망을 안겨준 게 최고의 리더십으로 남게 된 것이다.

지도자는 혼자서 존재할 수 없다. 지도자를 따르는 사람이 있어야 지도자가 되는 법이다. 그런 점에서 시대적 소명을 인식하고 대중들에게 자신감을 심어주고, 국가를 이끌어가는 능력이야말로 이 시대 최고의 리더십으로 각광받는 이유라고 볼 수 있다.

영화배우였던 레이건 전 대통령은 1966년 캘리포니아 주지사에 당선됐고, 1980년 대통령 선거에서 지미 카터 민주당 후보를 누르고 제40대 대통령에 당선됐다. 레이건 전 대통령은 퇴임한 지 5년이 지난 1994년 11월 알츠하이머병 초기 진단을 받고 10년간 투병하다 2004년 6월5일 93세를 일기로 타계했다.

워싱턴 = 천영식특파원 kkach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