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지난해 12월 오만 살랄라항에 정박한 최영함에서 이뤄진 청해부대 임무교대 때 아버지 김신석(왼쪽) 원사가 임무를 마치고 귀국하는 아들 김태훈 하사의 볼을 쓰다듬어 주고 있다. 해군 제공

“아버지 자랑스럽습니다.”

삼호드림호를 호송했던 아들과 삼호주얼리호를 구출한 아버지가 화제가 되고 있다. 주인공은 청해부대 5진으로 왕건함에 타고 있던 김태훈(25) 하사와 그 뒤를 이어 6진으로 최영함 검문검색팀의 임무를 명 받아 파견된 김신석(51) 원사.

김 하사는 24일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아버지가 정말 자랑스럽다”면서 “당시에는 차라리 내가 6진으로 가고 아버지가 5진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김 하사는 지난 18일 밤 임무를 마치고 귀국하던 왕건함에서 청해부대 6진으로 임무 수행 중이던 최영함이 삼호주얼리호 구출 작전에 돌입했다가 3명이 부상당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누가 얼마나 다쳤는지 알지 못했던 아들 김 하사는 고속단정 정장 임무를 맡고 있는 아버지 김 원사가 혹시 불의의 부상을 당한 것 아닌지 걱정이 앞섰다. 항상 “군인은 전방에 있어야 한다”는 말을 아들에게 가르쳤던 아버지였기에 이번에서도 앞장섰을 가능성이 높아 보였다. 특히 고속단정 정장은 해적들의 총탄을 뚫고 단정을 피랍 선박에 가까이 돌진하는 임무를 수행하는 것이어서 걱정이 남달랐다.

이들 부자는 지난해 12월말 청해부대 5진과 6진으로 서로 임무를 교대하며, 3일간 함께 지낼 당시 “어머니, 누나를 잘 보살피라”는 아버지의 음성이 여전히 생생했다. 하지만 기도 외에는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복귀한 왕건함에 대한 환영식을 하던 21일 최영함의 작전 성공 소식이 전해왔을 때 누구보다 기뻤던 것은 당연할 일. 당장이라도 아버지한테 전화를 걸고 싶던 아들은 “항상 군인 정신을 강조하시던 아버지가 바쁘실텐데 누가 될 수 있다”며 전화도 걸지 않았다. 김 원사는 아들에게 “해군의 전방인 2함대에 지원하라”고 할 정도로 군인정신이 투철했다고 했다.

23일에서야 아버지 김 원사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전화로 아들은 아버지의 건강을 가장 먼저 물었고, 아버지는 가족들이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당부했다고 한다. 부자는 청해부대 역사상 첫 임무를 교대한 부자이면서, 아들은 소말리아 해적에 납치됐다 풀려난 삼호드림호 호송 작전을, 아버지는 삼호주얼리호 구출 작전을 수행한 인연도 갖게 됐다.

해군 특수전여단(UDT) 교관으로 활약하던 아버지를 보며 UDT의 꿈을 키웠던 김 하사는 김 원사가 복귀하면 어머니, 누나와 함께 가족사진을 찍고 네 식구가 모여 식사를 하겠다고 했다. 김 하사는 “아버지와 전화통화하면서 사랑한다는 말, 자랑스럽다는 말 한마디 못했는데, 정말 아버지가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장석범기자 bu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