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외교당국이 연일 대북강경 원칙론을 쏟아내고 있다. 연초부터 대화공세를 펴고 있는 북한에 ‘진정성’을 촉구하며 맞대응하는 성격만 있는 것은 아니다. 북한에 지렛대를 갖고 있는 중국을 압박하려는 포석이다. 19일 미국 워싱턴에서의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정부는 긴밀한 한·미공조를 토대로 중국을 향해 서울발, 워싱턴발로 강력한 설득의 메시지를 발신하고 있다. 정부는 이날 불법 남북교역에 대한 단속을 강화함으로써 지난해 ‘5·24대북조치’에 따른 대북제재의 강도를 더욱 높이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불법 남북교역에는 중국 어선도 가세하고 있는 상황이다.

중국이 북한의 우라늄농축 프로그램(UEP)을 옹호하는 등 편들기를 계속하면서 성과도 보장받지 못하는 북핵 6자회담 재개에만 매달릴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서다. 한반도 현안에 대해 미·중 간 합의에서 기대할 게 없다는 비관적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정부 고위관계자는 이날 “중국이 잘못하면 북핵문제 해결에서 스스로 발언권이 줄어들고 단순히 6자회담이나 주재하는 식으로 전락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다른 당국자는 “우라늄 농축문제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논의와 같은 중대하고 시급한 문제에 대해 중국이 계속 외면할 경우, 6자회담 의장국으로서의 권위와 신뢰조차 잃게 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같이 직접적인 대중국 충고와 함께 정부 고위인사들이 나서 대북강경 기조를 표명했다. 현인택 통일부 장관은 전날 “공은 북한에 넘어가 있고 그 답을 매우 구체적으로 북한이 해야 할 때”라고 촉구했다. 앞서 천영우 청와대 외교안보수석도 17일 미국 PBS 방송과의 인터뷰를 통해 미국 내 여론 환기와 함께 중국을 겨냥한 듯한 대북 강경입장을 피력했다.

김상협기자 jupiter@munhwa.com